화려한 의상과 별에서 온 듯한 ‘무개념’ 발언들을 쏟아내던 상속녀에게 빠질 줄은 몰랐다. MBC 주말드라마 ‘호텔킹’ 상속녀 이다해의 분투기가 시청자들에게 와닿고 있다. 사시나무 떨 듯 파르르 몸을 움츠려드는 연약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호텔을 지키기 위해 다시 한번 철딱서니 없는 상속녀의 가면을 뒤집어쓰는 이다해에게 푹 빠져버렸다.
‘호텔킹’은 국내 유일의 7성급 호텔인 호텔 씨엘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상속녀 아모네(이다해 분)와 총지배인 차재완(이동욱 분)의 사랑 이야기를 그리는 드라마. 모네를 호텔에서 내쫓기 위한 부회장 이중구(이덕화 분)의 악랄한 모략이 회를 거듭할수록 더해지며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철 없는 행동 속에 연약한 모습을 애써 감추고 있는 모네로 변신한 이다해의 연기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4일 방송된 8회는 누군가에게 습격을 받고 감시를 당하고 있는 모네를 지키려다가 중구의 마수에 걸려든 재완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냉철한 재완의 약점은 어느새 모네가 됐다. 모네는 목숨의 위협을 받으며 하루하루 불안한 삶을 살고 있는 상태. 모네를 동생으로 알고 있는 재완은 모네에 대한 연민이 날이 갈수록 커졌다. 결국 이 같은 연민은 재완의 침착한 성품을 흔들리게 만들었고 두 사람은 또 한번 위기에 놓이게 됐다.

재완과 단 둘이 있을 때만 빼고 호텔에 있는 독특한 인형마냥 신기한 일을 벌이는 모네. 모네는 직원들 사이에서 수군거림의 대상이 될 정도로 아직은 호텔일에 능숙하지 못한 것은 둘째 치고, 사람을 다룰 줄도 모르며, 다소 철이 없어 보이게 행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재완 앞에서는 아버지 아성원(최상훈 분)의 죽음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이를 갈고, 호텔을 지키며 자신의 목숨도 지켜내기 위해 두려움을 극복하는 진심을 드러내는 중이다.
이 같은 오락가락하는 인물의 성격을 표현하는데 배우의 연기력이 상당히 중요하다. 캐릭터의 설득력을 부여하는 것은 오롯이 배우의 몫이기 때문. 이다해는 그동안의 멜로 드라마나 사극에서 간간히 발생했던 연기력 논란을 어느 정도 타파한 모습이다. 그야말로 극과 극을 오가는 모네의 감정 변화를 세밀하게 연기하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극중 인물이 왜 저런 감정을 보일지 이해가 안 된다면 드라마가 산으로 가기 마련이다.
이다해는 자칫 과하게 비쳐질 수 있는 모네의 롤러코스터 감정을 시청자들이 와닿고 이해할 수 있게 연기를 하고 있다. 덕분에 모네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질 각오가 돼 있는 재완의 감정이 이해가 되고 있다. 시청자들도 어느새 모네를 응원하게 됐으니깐 말이다. 초반 귀여운 코믹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출발한 이다해가 점점 내면의 아픔을 숨기고 사는 모네를 안방극장에 펼쳐놓으며 드라마에 푹 빠지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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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킹’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