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인의 여자를 만족시키는 남자’가 시청자들의 염장을 질렀지만 행복한 부부의 관계를 위한 알찬 팁들을 남기고 떠났다.
JTBC ‘99인의 여자를 만족시키는 남자’(이하 99만남)은 99명의 컴백녀들이 여자들의 남편 자랑을 듣고 점수를 매기는 프로그램. 매회 남편에 대한 기상천외한 자랑거리를 들고 나온 아내들은 컴백녀들의 시기와 질투를 받는 것과 동시에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사실 최근 루머와 결별 등 사생활을 폭로하는 독한 예능이 대세인 가운데 아내들의 남편자랑은 어색했다. 유부녀들은 결혼하면 결혼생활에 대한 로망은 물론 남편에 대한 기대가 무너진다는 말을 종종하지 않나. 그러나 ‘99만남’은 단지 아내가 남편의 자랑을 늘어놓는 것이 다가 아니었다.

단순히 남편자랑에서 그치지 않고 부부 시청자라면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결혼생활을 다시 점검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싱글들에게는 어떤 배우자를 만나야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는지 조언하는 역할도 해냈다.
특히 그저 아내들이 남편의 자랑을 늘어놓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서로에게 소홀해진 부부에게는 관계를 개선하는데 자극제가 될 만한 내용이 분명 있었다.
호텔요리사인 남편이 결혼 30년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팔베개를 해주고 매년 생일에 미역국을 끓여준다는 남편을 자랑한 아내 역시 남편의 일 때문에 떨어져 지낸 2년 동안 시아버지를 모시고 임종까지 지냈다. 이뿐 아니라 남편 역시 아내의 장모님을 자신의 어머니처럼 대했다.
또한 결혼 38차에도 여전히 신혼부부 못지않은 스킨십을 하고 알콩달콩 사는 부부는 60대의 나이에도 여전히 자신을 꾸미면서 살고 서로에게 노력했다. 과거 아내는 남편이 IMF로 2년 동안 소식이 없었을 때 생계를 위해 무엇이든 했었고 가족에 대한 미안한 때문에 떠나있었던 남편의 사연, 힘든 시간을 지나 서로에게 충실한 부부의 모습은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99만남’에 출연한 부부들은 그저 남편의 일방향적인 사랑만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만큼의 아내들의 사랑도 있었다. ‘99만남’은 단지 한 사람의 노력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서로 쌍방향적인 노력과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잉꼬부부로 지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99만남’은 시청자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아내의 남편자랑을 통해 진정한 부부의 삶에 대해 짚어본다는 의미에서 존재이유는 확실했었다.
kangsj@osen.co.kr
JTBC ‘99만남’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