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동료 실책 감싸 안은 값진 승리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5.05 17: 40

자신의 잘못이 아닌 상황에서 무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시작부터 힘들고 짜증이 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역시 에이스는 달랐다. 책임감으로 무장한 김광현(26, SK)이 초반 동료들의 실책을 감싸 안으며 값진 승리를 따냈다.
김광현은 5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5⅔이닝 동안 5피안타(1피홈런) 4볼넷 4탈삼진 3실점하고 시즌 4승(3패)째를 따냈다. 사실 이닝소화나 실점 등 전반적인 내용이 아주 좋았다고 보기는 어려운 경기였다. 그러나 기록으로 드러나지 않은 숨은 가치가 있었다. 에이스의 책임감이 빛났고 SK는 김광현의 분투 속에 9-5로 이기며 4연패의 늪에서 탈출했다.
시작이 꼬였다. 김광현은 선두 정훈에게 볼넷을 내줬다. 하지만 그 후 두 차례나 병살, 혹은 최소 아웃카운트 하나씩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동료들의 실책으로 날아갔다. 전준우의 타구는 3루수 최정이, 손아섭의 타구는 유격수 신현철이 잡았다 놓쳤다. 잘해도 2사 3루가 되어야 할 상황이 실책 2개로 순식간에 무사 만루로 돌변했다. 김광현의 얼굴에도 땀이 흘렀다.

만약 여기서 무너진다면 분위기는 순식간에 롯데로 쏠릴 수 있었다. 가뜩이나 어깨에 4연패의 짐이 올려져 있는 SK로서도 악재였다. 하지만 김광현은 침착했다. 전력투구로 롯데 타선을 막아냈다. 요즘 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인 히메네스를 주무기인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이어 박종윤을 3루수 방면 병살타로 유도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번에는 야수들이 깔끔하게 병살 플레이를 완성시켰다.
1회 무실점의 효과는 거대했다. 우선 동료들이 심리적인 부담을 덜었다. 1회 실점을 했다면 그 장면이 계속 머릿속에 남을 수 있었지만 그런 악재를 미리 차단했다. 여기에 선수단의 분위기에도 영향을 줬다. “오늘도 안 되는가”에서 “다시 한 번 해보자”라는 분위기가 마련될 수 있는 계기였다. 결국 SK 타선은 3회 선취점을 냈고 4회 3점을 뽑아내며 주도권을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시작부터 불어난 투구수 탓에 5회까지 101개의 공을 던진 김광현이었지만 6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대목 또한 에이스의 책임감이라고 할 만했다. 김광현은 이날 던지면 휴식일 일정상 다음주에나 등판한다. 마지막까지 모든 것을 태워도 될 상황에서 5회에도 아웃카운트 2개를 더 잡고 윤길현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여전히 부담이 있는 SK 불펜에는 의외로 큰 힘이 된 아웃카운트 2개였다. 김광현의 빛나는 책임감이 SK를 연패와 싹쓸이 위협에서 구해냈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