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 하차 박진우, 연기신들 사이에서도 죽지 않았다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05.05 17: 11

배우 박진우가 하늘 같은 선배들 사이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하며 마지막을 자식했다.
박진우가 KBS 1TV 대하사극 ‘정도전’(극본 정현민, 연출 강병택 이재훈)에서 정치 싸움에 희생당하는 비운의 최후를 맞으며 장렬하게 퇴장,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신 스틸러’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지난 4일 방송된 ‘정도전’ 34회에서는 역성을 꿈꾸는 정도전(조재현 분)과 이를 반대하는 정몽주(임호 분)의 대결이 펼쳐진 가운데, 우왕(박진우 분)과 창왕이 끝내 폐가입진을 이유로 죽음을 맞는 내용이 그려졌다.
 
이날 정도전은 자격 없는 왕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창왕이 선위한 뒤 이성계가 왕위에 올라야 함을 주장하며 정몽주와 격렬하게 대립했다. 왕의 성이 바뀐다면 고려 역시 사라지는 것이라는 정몽주는 이에 타협안을 제시하며 정도전과 이성계의 역성을 저지했다. 
이는 다름 아닌 폐가입진(廢假立眞)으로 폐위된 우왕과 현재 용상에 앉은 창왕이 공민왕의 적통이 아닌 신돈의 핏줄이라는 의미가 담긴, 두 사람을 희생양 삼아 왕씨 혈통을 이어가겠다는 뜻이었다.
 
안 그래도 이성계 살해기도 실패로 입지가 말이 아니게 된 우왕은 저자에 떠도는 폐가입진설에 고통스러워했고, 자신이 공민왕의 적통임을 강박적으로 주장하며 결국 광기에 휩싸였다. 왕씨가 서해 용왕의 후손이라는 전설을 따라 자신의 몸에 인두질로 용의 비늘을 만드는 자해까지 서슴지 않았기 때문.
그러나 결국 우왕은 왕실에서 보낸 신하의 칼에 목숨을 잃으며 비운의 최후를 맞았다. 그는 자신을 ‘신우’라 부르는 관리에게 “나는 공민대왕의 장자 왕우”라고 외치며 인두질로 자해한 상흔을 드러내 최후까지 왕씨 적통임을 아프게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 성씨를 바꾸고 아비를 갈아 치운 놈들. 그놈들에게 서해 용왕의 저주가 내릴 것이야”하는 섬뜩한 말을 마지막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이를 연기한 박진우는 정치싸움에 희생양이 된 인물의 울분과 심약한 개인이 극한의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터져 나오는 광기를 생생하게 연기하며 마지막 순간을 불꽃처럼 장식했다.
 
그간 유동근, 서인석, 박영규, 조재현 등 기라성 같은 선배 연기자들의 쟁쟁한 연기 향연 속에 거의 유일한 젊은 연기자로 묵묵히 자기 역할을 소화하며 흔들리는 우왕의 아픔을 실감나게 그려냈다는 반응을 받아왔던 박진우는 마지막 순간 ‘정도전’을 통해 쌓아두었던 연기력을 마침내 폭발시켰다는 평이다.
방송 이후 시청자들은 “그간 우왕의 찌질함을 비난했는데, 최후의 순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역사에 끼인 인물의 아픔이 박진우의 연기를 통해 한순간에 전달됐다”, “신하들 앞에서 인두질 상흔 드러내며 울분 토하는 모습에서 울컥했다”, “박진우라는 배우를 ‘정도전’을 통해 알게 돼서 기쁘다”, “선배 연기자들 사이에서 밀리지 않고 존재감 발휘한 박진우의 뚝심에 박수쳐주고 싶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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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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