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4번 타자에 대한 부러움으로 가득했던 문학구장에 오래간만에 미소가 돌았다. 이재원(26, SK)의 반격 때문이었다. 이틀간 고개를 숙였지만 이날은 이재원이 웃었다.
이재원은 5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선발 지명타자 및 4번으로 출전, 4타수 3안타(1홈런) 4타점의 맹활약을 선보이며 리그 수위 타자의 위용을 굳건히 했다. 중심타순에서 버틴 이재원의 활약 속에 SK도 9-5로 이기고 4연패에서 탈출했다.
사실 SK는 이번 어린이날 시리즈 내내 상대 외국인 타자 루이스 히메네스가 부러웠다. 4번에 위치한 히메네스는 3일 경기에서 5타수 2안타 3타점, 4일 경기에서는 4타수 2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도합 9타수 4안타 6타점의 맹활약이었다. 4일 경기에서는 2회 SK 마운드를 무너뜨리는 우중월 대형 홈런을 터뜨리기도 했다. 반면 히메네스와 같은 해결사가 없었던 SK 타선은 좀처럼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이날은 이재원이 있었다. 전날까지 타율 4할4푼9리를 기록, 리그 타율을 선도했던 이재원은 이날 3안타를 때리며 SK 타선에 불을 붙였다. 3안타 모두가 순도 높은 안타였다. 4회 무사 1루에서 나온 첫 번째 좌전 안타는 SK의 4회 3득점의 발판이 됐다. 연결고리였다. 4-3으로 쫓긴 5회에는 2사 1루에서 상대 선발 김사율로부터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쳐냈다. 롯데의 추격을 따돌리는 홈런이었다.
6-3으로 앞선 7회 1사 2,3루에서는 배장호를 상대로 좌전 적시타를 때려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롯데가 8회 2점을 쫓아왔음을 고려하면 이 점수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했다. 안타 2개를 때려도 떨어지곤 했던 최근 자신의 타율도 4할6푼3리로 다시 끌어올렸다.
경기 후 이재원은 "팀 승리에 기여하고 연패를 끊었다는 점에서 기쁘고 기분이 좋다. 오늘 계기로 팀이 다시 승승장구했으면 좋겠다"라고 기뻐한 뒤 "올해 준비한 만큼 성적이 잘 나와서 다행이다.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홈런보다는 안타와 타점을 바라고 있어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 앞으로 득점권 타율을 더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루크 스캇이 당분간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재원의 불방망이는 SK의 희망이 되고 있다.
skullbo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