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수분 야구’로 유명한 두산 베어스는 매년 주전들이 조금씩 지치거나 부상, 부진 등으로 잠시 이탈하면 새로운 선수가 나와 그 자리를 메웠다. 올해 역시 스프링캠프부터 많은 선수들이 화수분의 새 주역으로 떠오를 준비를 마쳤다.
어린이날과 석가탄신일을 포함한 ‘지옥의 9연전’은 모든 팀들에게 첫 고비가 될 전망이었으나, 두산의 경우 탄탄한 야수층을 보유하고 있어 야수진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두산에게는 오히려 선두권과의 격차를 좁히고 하위권 팀들을 따돌릴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 이번 9연전이다.
두산 야수진의 깊이는 9연전의 첫 시리즈인 LG 트윈스와의 잠실 라이벌전부터 확인됐다. 주전 2루수 오재원이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지만, 최주환이 그 공백을 잘 메워줬다. 5일 경기를 앞두고 이원석과 함께 1군 엔트리에 포함된 최주환은 2번타자로 나서 3회초 좌전 적시타 포함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멀티히트를 폭발시키며 오재원의 대역을 해냈다.

지난 2006년 두산에 입단해 상무를 거치며 퓨처스리그를 정복한 최주환은 아직까지 자신의 잠재력만큼 1군에서 많은 것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시즌 첫 선발 출장한 경기에서 맹활약해 언제든 기회만 주어지면 이번 시즌 두산이 배출할 새로운 히트상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입증했다.
5일 등록된 최주환, 이원석은 말소된 오재일, 양종민과 쓰임새가 약간 다르다. 최주환과 양종민은 모두 내야 멀티 요원이지만, 공수에서 최주환이 우위라는 평가다. 전문 1루수인 오재일의 경우 팀의 주전 3루수인 이원석과 포지션이 다르다.
이로 인해 호르헤 칸투가 결장할 경우 주전 1루수로 나서는 것이 가능한 오재일의 공백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걱정은 없다. 오재원이 1루수 수비에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오재원은 5일 경기에서도 7회말부터 칸투를 대신해 1루를 지켰다.
두산 라인업은 올해도 비교적 안정되어 있다. 최재훈까지 돌아오면 9개 구단을 통틀어 가장 든든해질 안방을 비롯해 내야는 어느 선수가 빠져도 메울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장민석의 부진과 박건우의 부상 등으로 외야 백업이 조금 부실해진 것이 문제지만, 주전인 김현수-정수빈-민병헌이 잘 버티고 있어 일단은 안심이다.
두산은 이미 올해 많은 선수들의 짧은 공백들을 극복했다. 민병헌이 선발에서 빠질 때는 정수빈이 1번의 몫을 해냈고, 이원석이 부상으로 1군에서 제외된 기간에는 허경민과 오재원이 3루에 번갈에 투입되며 5할 이상의 승률을 유지했다. 여기에 최주환까지 고영민과 2루 백업을 놓고 경쟁할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타선에서 김현수와 칸투를 제외한 선수들을 대체할 자원은 풍부한 상황이다.
당장 이번 9연전만 생각해도 그렇지만, 시즌이 진행될수록 백업의 힘은 순위 경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준비된 두산의 야수들이 매년 그랬듯 지친 주전들을 대신해 그라운드를 누빌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가운데, 올해는 어떤 새로운 스타가 나올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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