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격수 타격 1위' 문규현, 3할 유격수 보인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05.06 05: 55

수비력이 중요한 포지션인 유격수에게 높은 공격능력을 요구하는 일은 많지 않다. 수비만 잘해도 별다른 말이 나오지 않는 게 바로 유격수다.
간혹 타율 3할을 넘기는 유격수가 나타나기도 했지만, 유독 롯데는 '유격수 강타자'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역대 롯데 주전유격수 가운데 타율 3할을 넘긴 선수는 1985년 정영기(92경기 타율 .304)와 2001년 김민재(105경기 타율 .301) 단 2명만 있을 뿐이다. 벌써 롯데에는 13년째 유격수 3할타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리고 2014년, 롯데 주전유격수 자리를 꿰찬 문규현(31)은 조용한 반란을 계속하고 있다. 작년 신본기에게 주전 자리를 빼앗긴 뒤 절치부심한 문규현은 올 시즌을 철저하게 준비했고 그 성과는 공수 양면에서 나타나고 있다.

문규현의 현재 성적은 타율 3할2푼1리(78타수 25안타) 8타점 15득점이다. 벌써 작년 79경기를 뛰면서 기록했던 타점(6점)을 넘어섰고 득점 역시 작년 기록을 앞질렀다. 예전까지 문규현이 안정적인 수비가 돋보이는 선수였다면, 올 시즌 초반에는 '공수겸장'이라는 말을 붙여도 어색하지 않다.
문규현이 하위타선에서 활약하면서 롯데 타선은 더욱 단단해졌다. 문규현은 8번 타순에서 남긴 주자들을 청소하는 역할을 해주고 있으며 출루에도 능해 상위타선으로 공격을 이어주고 있다. 문규현의 활약 덕분에 롯데는 9번에 출루율이 높은 김문호를 배치, 공격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2011년 여름 문규현은 월간타율 4할이 넘는 뜨거운 방망이로 '문대호'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시즌 초부터 이렇게 안정적으로 좋은 타격을 보여준 것은 이번이 처음. 문규현 본인도 "타격감이 지금처럼 좋은 건 프로에 데뷔하고 나서 처음"이라고 말한다.
이제 문규현은 다른 팀 유격수들과 비교해도 전혀 부족하지 않다. 타율은 유격수 가운데 1위를 달리고 있다. 0.803을 기록하고 있는 OPS는 유격수 가운데 3위다.
이처럼 공격에서 좋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문규현이지만 "내 역할은 수비다. 공격보다는 수비에서 실수하지 않으려고 집중하고 있다"고 말한다. 올해 문규현의 수비는 공격력만큼 빛난다. 지금까지 그가 저지른 실책은 단 1개. 탄탄한 수비로 내야에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문규현의 지금과 같은 타격 페이스가 언제까지 이어질까. 사실 문규현이 현재 보여주고 있는 수비력만 유지한다면 롯데는 더 바랄 게 없다. 그의 타격 능력은 보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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