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타자의 해결 본능을 찾아라.
소프트뱅크 호크스 이대호(32)가 부진에 빠졌다. 이대호는 최근 2경기 연속 무안타로 침묵했다. 지난 4일 라쿠텐 골든이글스전 4번째 타석부터 9연타석 무안타. 시즌 타율은 개막 후 최저 2할7푼까지 떨어졌다. 개막 한 달이 더 지난 시점에서 부진이 심화되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일본 도 6일 '이대호의 득점권 타율은 1할5푼2리로 4번타자로서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4일 경기 전 연습에서 자신의 타구에 왼발을 맞은 뒤 5일 경기에서 왼쪽 종아리에도 타구를 맞아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전했다. 이대호는 "다리 감각이 정상이 아니지만 프로는 결과를 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잔부상으로 인해 정상 컨디션이 아니지만 이를 감안해도 아쉬운 성적이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타율보다 더 심각한 게 4번타자로서 해결사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대호는 올해 득점권에서 33타수 5안타 타율 1할5푼2리에 그치고 있다. 퍼시픽리그에서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32명 중 이대호보다 득점권 타율이 낮은 선수는 코디 랜섬(세이부·.133)이 유일하다.
오릭스 버팔로스 시절 이대호는 찬스에 강한 전형적인 4번타자였다. 91타점으로 이 부문 1위를 차지한 2012년에는 득점권에서 홈런 5개 포함 타율 3할2푼으로 강했다. 득점권 OPS는 .920이었다. 지난해에도 득점권에서 홈런 6개 포함 타율 3할2푼3리에 OPS는 .939로 정상급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이상하리 만큼 득점권에서 약하다. 득점권에서 홈런은 커녕 2루타 이상 장타도 나오지 않았다. 득점권에서 5안타 모두 단타였다. 볼넷 7개를 골라냈지만 삼진도 7개를 당했다. 득점권 OPS가 .444에 불과하다. 홈런 4개는 모두 주자가 없을 때 나온 솔로포였다.
지난 5일 니혼햄 파이터스전에서 이대호의 부진이 여실히 드러났다. 4회 1사 1·3루에서는 3루 땅볼을 쳤다. 상대 수비 실책으로 행운의 타점을 올렸지만, 정상적이었다면 병살타가 될 타구였다. 6회에는 1사 2루에서 상대 배터리가 3번 우치카와 세이치를 고의4구로 걸리며 이대호와 승부했다. 이대호는 우익수 뜬공으로 아웃됐다.
객관적인 타점 숫자도 적다. 시즌 31경기에서 10타점밖에 안 된다. 소프트뱅크 팀 내에서도 우치카와, 마쓰다 노부히로(이상 23타점) 하세가와 유야, 야나기타 유키, 나카무라 아키라(이상 15타점)에 이어 6위에 머물러있다. 무수한 찬스에서 확실한 해결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대호의 부진이 더욱 두드러진다.
이대호의 부진에도 소프트뱅크는 퍼시픽리그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다만 이대호의 전 소속팀 오릭스가 승차없이 2위로 따라붙고 있다. 공교롭게도 오릭스에는 지난해 소프트뱅크에서 뛴 윌리 모 페냐가 있다. 페냐는 타율 2할4푼6리에도 10홈런 23타점으로 활약 중이다. 올해 이대호(4억엔)의 연봉은 페냐(1억2000만엔)의 3배가 넘는다. 이대호가 더욱 분발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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