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LG, 왜 아직도 김기태 감독인가?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05.06 10: 12

LG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김기태 감독이 자진사퇴한지 13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엔트리에는 김기태 감독이 올라있다. 사퇴 당일인 4월 23일 대구 삼성전부터 무려 11경기나 김기태 감독 없이 경기를 치렀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기간 기록된 4승 7패는 김기태 감독의 전적이 된다.
대응이 너무 늦다. 외부영입이 어렵다면 감독대행 체제로 가면된다. 100경기가 넘게 남은 만큼, 코칭스태프 중 한 명과 잔여 시즌 감독 계약을 맺으면 되는 일이다. 김기태 감독은 자진 사퇴했기 때문에 4월 23일 이후 급여는 지급되지 않는다. 김 감독은 지난 3일 이미 미국으로 떠났고 떠나기 전 신변정리를 완전히 마쳤다. 개인승용차, 핸드폰 등 LG서 받았던 모든 것들을 정리했다. 김 감독과의 남은 계약을 새 감독이나 감독대행에게 이행할 수도 있다.
자진사퇴한 김 감독이 마음을 바꿀 리가 없다는 것은 주위사람 모두가 알았다. 그럼에도 LG 프런트는 감독선임 문제를 두고 “김 감독을 설득하고 있다”로 일관했다. 김 감독은 이미 지난 4월 26일 선수단과 구단직원들에게 작별 인사를 전했다. 당시 선수들은 “감독님답게 짧고 굵게 인사하고 떠나셨다”고 김기태 감독과의 이별을 받아들였다. 

물론 여러 가지 이야기가 돌고 있다. LG 프런트가 LG서 코치 경험이 있는 몇몇과 접촉했고 이들에게 감독직을 제안했다는 설이 돈다. LG 프런트는 이러한 소문에 대해 ‘근거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진위가 무엇이든 더 이상 엔트리 한 자리를 낭비해서는 안 된다. KBO 규정상 감독·코칭스태프 엔트리는 9명으로 제한되어 있다. 새 감독 선임이든, 내부승격으로 인한 감독대행이든, 팀을 정상화시킬 의무가 있다. 
비록 최하위에 있지만, LG는 시즌 초반 가장 중요한 9연전을 벌이고 있다. 9연전 첫 시리즈를 1승 2패로 내줬으나 남은 6경기를 통해 충분히 반등할 수도 있다. 당장 한화와 홈 3연전 결과에 따라 탈꼴찌도 가능하다. 책임자는 어떠한 사건이 터졌을 때 서둘러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2주 가까이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어떠한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LG 프런트는 김 감독이 있을 때에도 늦은 대처, 명확치 못한 자세로 일관했다. 지난해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성과를 냈음에도, 약속이 이행된 부분은 일본 고치 마무리 캠프가 전부였다. 지난겨울 선수단 연봉협상, FA 보강, 외국인선수 스카우트 등은 누가 봐도 기대 이하였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팀 성적 향상에 큰 공을 세운 코치와 재계약도 체결하지 못했다.
LG 한 베테랑 선수는 최근 구단 모습에 대해 “LG 그룹에서 야구단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는 것은 이전에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일을 겪어보니 그룹 자체가 야구단은 정말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우리는 아주 작은 존재인 듯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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