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최고의 명승부를 정작 국내에서 볼 수 없다? 믿기 어렵지만 현실이다.
포항은 6일 오후 4시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16강 1차전에서 후반 28분 터진 고무열의 역전골에 힘입어 홈팀 전북을 2-1로 물리쳤다. 이로써 포항은 ACL 8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아울러 최근 전북과의 11경기서 8승 1무 2패로 압도적인 전적을 이어갔다.
K리그 우승후보들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지난 시즌 K리그와 FA컵을 제패하며 ‘더블’을 달성한 포항은 올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까지 ‘트레블’을 노리고 있다. 이에 맞선 전북은 K리그서 승점 20점으로 선두 포항(승점 22점)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K리그 팀들이 ACL에서 맞대결을 펼친 것은 지난 2010년 성남 일화(현 성남FC)와 수원 삼성이 8강에서 만난 이후 4년 만이었다. K리그에서 자주 맞붙는 팀들이지만, 의미는 각별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전주월드컵경기장에 1만 9327명의 많은 팬들이 몰렸다.
하지만 이날 경기를 생방송으로 지켜본 팬들은 몇 명 되지 않았다. TV에서 생방송 중계일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주요 스포츠케이블 방송사는 동시간대 프로야구를 편성했다. ACL 축구는 오후 7시 30분 또는 심야시간 녹화중계로 밀렸다. 한국프로축구를 대표하는 명문구단끼리 맞붙은 비중 있는 경기였기에 아쉬움이 더했다.
다행히 인터넷방송을 통해 생방송으로 중계화면이 송출됐다. 몇몇 팬들은 아랍어로 중계되는 해외방송을 찾아 헤매야 했다. 중계에 목말라 있던 축구팬들은 그마저도 감사한 마음으로 시청했다.
경기 후 팬들은 “아랍어 공부 잘했다”, “아무리 시청률이 중요하지만, K리그 팀끼리 붙는데 이건 아니다”, “월드컵이 코앞인데 프로축구 위상이 이렇군요”라며 한탄을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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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