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안녕’ 김연아의 아름다운 ‘타임 투 세이 굿바이’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4.05.06 19: 59

영국이 낳은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잘 있거라, 우리가 언제 다시 만날지는 아무도 모른다(Farewell! God knows when we shall meet again).” 현역에서 은퇴한 김연아(24)가 보내는 이별의 메시지에 대한 답변으로 이보다 더 어울릴 말이 있을까 싶다.
김연아는 6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삼성 갤럭시★스마트에어컨 올댓스케이트 2014' 마지막날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지난 2월 끝난 2014 소치동계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선수생활을 은퇴한 김연아는 국내에서 열린 이번 아이스쇼에서 팬들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2006년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이후 그랜드슬램(올림픽,세계선수권대회, 4대륙선수권대회, 그랑프리 파이널)은 물론 모든 대회에서 3위 안에 입상하며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피겨여왕’으로 자리매김한 김연아는 박수 속에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카타리나 비트(독일, 1984·1988) 이후 26년 만의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한 지난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은메달에 머물렀으나, 김연아는 “홀가분하게 연기했다”는 소감처럼 마지막 현역 무대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줬다.

피겨스케이팅 역사에 영원히 이름을 남기게 된 김연아는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아이스쇼에서도 여왕다운 모습을 보였다. 더블 악셀-트리플 살코-더블 악셀로 점프를 수정한 올림픽 시즌 쇼트프로그램 ‘어릿광대를 보내주오(Send in the Clowns)’로 현역 마지막 컴페티션 프로그램을 선보인 김연아는 이번 아이스쇼에서 처음으로 공개한 ‘투란도트-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로 관중에게 이별의 메시지를 보냈다.
‘공주는 잠 못 이루고’는 “많은 스케이터들이 사용하기 때문에 선수 때는 이 곡을 쓰지 못했다”는 김연아의 설명처럼, 스케이터들 사이에서도 단연 가장 인기있는 곡 중 하나다. '피겨 여제' 카타리나 비트, '토리노의 여왕' 아라카와 시즈카, 미국의 유망주였던 낸시 케리건 등 여자 싱글 스케이터들은 물론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미국 국가대표로 출전한 제이슨 브라운,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페어 부문 은메달리스트 팡칭-통지안 등 남녀와 페어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스케이터들이 이 곡을 프로그램으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트리플 살코-더블 악셀로 이어지는 점프 구성과 우아한 연기와 스케이팅이 어우러진 김연아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는 그동안 다른 스케이터들이 선보인 것과는 또다른 그만의 프로그램으로 재탄생했다. 떠나는 무대에서 자신이 하고 싶었던 프로그램을 선택해 아름답고 우아하게 펼쳐보인 김연아에게 객석을 가득 채운 관중은 다시 한 번 기립박수를 보냈다.
특히 관중의 마음을 뭉클하게 한 것은 김연아가 자신의 연기 순서 전에 보낸 두 개의 메시지였다. ‘어릿광대를 보내주오’ 직전 흘러나온 김연아의 소개 영상에는 피겨스케이팅을 처음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의 모습을 담은 사진첩을 들여다보는 그의 모습이 비춰졌다. 호기심, 꿈, 도전, 행복이라는 키워드로 자신의 선수생활을 사진으로 돌아보는 김연아의 모습은 떠나간 사랑을 그리워하며 무대에 설 수 없는 자신 대신 어릿광대를 보내달라는 내용의 곡 내용과 절묘한 싱크로를 이뤘다.
‘공주는 잠 못 이루고’에 앞서 흘러나온 영상은 관중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러브 액츄얼리’의 달콤한 프로포즈 방법으로 유명해진 스케치북 고백으로 ‘여러분께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돌이켜보니 힘들고 지칠 때 다시 일어서 뛸 수 있는 용기가 생겼던 건 점수나 메달 때문이 아니었어요. 그건 바로... 여러분! 고마워요, 항상 저의 힘이 되어주어서 함께여서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긴 김연아의 모습에 참지 못하고 눈물을 터뜨리는 관객들도 있었다.
나인 챔버 오케스트라와 소프라노 강혜정, 테너 정의근이 함께한 ‘타임 투 세이 굿바이(Time to Say Goodbye)’는 김연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피날레로 더할 나위 없는 마무리였다.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세계 정상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해 온 김연아가 영광스럽고 동시에 힘겨웠던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자신의 삶을 찾아가야할 시간을 알리는 마무리이기도 했다. 
피겨스케이팅의 불모지 한국에서 세계 정상에 우뚝 선 ‘피겨여왕’ 김연아는 이제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고 떠나간다. ‘렛잇고(Let it go)’를 외치며 떠난 엘사처럼, ‘타임 투 세이 굿바이’로 그와의 아름다운 이별을 받아들여야할 때다. 물론, 줄리엣의 대사처럼 그와 우리가 또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costball@osen.co.kr
올림픽공원=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