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의 선수생활,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너무나 많다."
김연아는 6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삼성 갤럭시★스마트에어컨 올댓스케이트 2014' 마지막날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지난 2월 끝난 2014 소치동계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선수생활을 은퇴한 김연아는 국내에서 열린 이번 아이스쇼에서 팬들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2006년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이후 그랜드슬램(올림픽,세계선수권대회, 4대륙선수권대회, 그랑프리 파이널)은 물론 모든 대회에서 3위 안에 입상하며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피겨여왕’으로 자리매김한 김연아는 1만 여명의 박수갈채 속에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김연아는 "선수생활 은퇴하는 아이스쇼였는데 3일 동안 너무 즐거웠다. 은퇴무대인 만큼 완벽한 모습 보여드리기 위해 긴장도 했는데 호응 많이 해주시고 팬분들께서 즐겁게 놀다가시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고생한 많은 분들께 감사드리고 선수들에게도 힘든 스케쥴 속에서 공연 즐겨줘서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후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안무가 데이빗 윌슨이 그를 격려하는 따뜻한 말로 소감을 전하자 참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낸 김연아는 "이제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피날레 전에 (김)해진이가 막 울고 있더라. 그래서 눈물이 나려고 하는 것을 억지로 참았는데, 주변에서 계속 울고 하니까 눈물이 난 것 같다. 선수생활이 정말 길었기 때문에..."라고 눈물을 흘린 이유를 설명했다. 언니를 보내는 동생들의 눈물과 윌슨의 따뜻한 격려가 마지막이라는 소회에 감싸인 김연아의 눈물샘을 자극한 셈이다.
잊을 수 없는 순간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17년이라는 기간이 정말 길었기 때문에 잊을 수 없는 순간은 너무나 많다. 하나를 꼽기가 어렵다"고 답한 김연아는 "좋았던 기억을 이야기하자면 힘들게 훈련한 만큼 결과가 돌아왔을 때, 경기를 만족스럽게 끝냈을 때인 것 같다. 힘들게 훈련했던 기억이나 부상, 슬럼프도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을 다 이겨내서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좋지 않은 기억들도 앞으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눈물기가 남은 얼굴로 답했다.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역사를 새로 쓴 존재로서, 자신의 뒤를 따르는 후배들에게도 따스한 조언을 남겼다. "부족한 점은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그걸 본인들이 잘 알고 고쳐나갔으면 좋겠다"고 말문을 연 김연아는 "예전보다 선수들의 기량이 많이 좋아졌고 큰 세계대회에서도 인정을 받기 시작한만큼, 큰 대회 나가서도 위축되지 않고 목표를 높게 잡아야 한다. 국내 무대 초점이 아니라 국제 무대에 초점을 둬서 국제대회에서도 자신있게 연기할 수 있는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했으면 좋겠다"고 세계 무대를 제패한 선배로서 조언했다. 기자회견장을 눈물바다로 만든 마음 여린 후배들에게 "그리고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재치있는 한 마디를 던지는 것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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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공원=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