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정말 미치겠다니까요. 남들은 '멘탈이 약하다, 겨울에 운동을 열심히 안 했다'라고 말하지만, 올 겨울에는 정말 열심히 몸을 만들고 준비를 했어요. 근데도 희한하게 4월만 되면 이상하게 마음대로 야구가 안 되네요."
롯데 자이언츠 우완투수 송승준(34)은 징크스가 하나 있다. 시즌 초반에는 항상 약한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슬로 스타터'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까지 있다. 송승준의 통산 3월 성적은 2패 평균자책점 6.91, 4월 성적은 9승 14패 평균자책점 5.76으로 부진하다. 그렇지만 시즌이 진행될수록 성적이 좋아지고 9월에는 통산 14승 9패 평균자책점 2.97로 리그를 주름잡는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였다. 스프링캠프에서 140km 후반대의 공을 펑펑 뿌리며 가장 좋은 컨디션을 뽐냈지만 시범경기부터 이상하게 페이스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개막전 선발투수로 낙점됐지만 패전을 떠안았고, 4월에는 4경기에서 3패 평균자책점 9.00으로 극도로 부진했다. 그런데 거짓말같이 4월이 지나자 제 구위를 되찾았다. 5월 첫 등판이었던 3일 문학 SK전에서는 5⅔이닝 1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따냈다.

송승준은 "정말 미치겠다. 올해는 달라져 보겠다고 캠프 때부터 열심히 노력했는데 4월만 되면 내가 정상이 아닌 것처럼 공을 던진다. 내가 봐도 한심할 정도다.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야구인 것 같다"며 씁쓸한 미소를 보였다. 그러면서 송승준은 "내가 4월달에 못 하는 이유라도 알았으면 속이라도 시원하겠다"고 가슴을 쳤다.
그래도 단서는 있다. 바로 투구 시 디딤발이다. 송승준은 "4월에 너무 안 풀릴때는 내가 뭐가 달라졌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비디오를 돌려보니 투구폼이 좀 달라졌더라. 원래는 축발을 투구판과 평형으로 놓고 공을 던졌는데, (공이 안 좋았던) 4월달에는 대각선으로 던지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캠프 때 투구폼을 바꿨는데 그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 그 만큼 4월달에는 '멘붕'이었다"고 털어놨다.
송승준이 캠프에서 투구폼을 바꿨던 이유는 효과를 그만큼 봤기 때문이다. 송승준은 "발을 바꿔서 던지니까 구속이 많이 올라가더라. 원래 캠프에서는 140km를 절대 못 넘었는데 145km까지 나왔다. 제구도 잡히고 잘 던졌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희한하게 시즌 들어가니까 공을 제대로 못 던지겠더라. 발을 바꾸니까 투구동작에 들어갔을 때 포수 미트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스트라이크도 제대로 안 들어갔다. 4월달에는 '내가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송승준은 5월 첫 등판에서 원점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러자 구위가 살아나고 제구력도 돌아왔다. 송승준은 "원래 새로운 투구폼을 장착하면 처음에는 잘 되다가 시간이 좀 지나면 확 흔들린다고 하더라. 난 그것도 모르고 다른 곳에서 원인을 찾고 있었다"며 가슴을 두드렸다.
이번 일로 송승준은 "괜히 바꾸겠다고 욕심내지 말고 원래 하던대로 하자"라는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도 원래 던지던 투구폼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5월들어 부진 탈출의 실마리를 찾아낸 송승준이 계속해서 좋은 투구를 펼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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