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우완투수 송승준(34)은 한국 프로야구에 복귀한지 올해로 8년 째다. 꾸준히 두 자릿수 승리를 따내는 선발투수로 자리매김한 송승준은 올 시즌 초반 좋지 않은 출발을 했지만 뒤늦은 첫 승을 신고하면서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부산 출신인 송승준이지만 롯데는 그를 해외파 특별지명을 통해 영입했다. 송승준은 고교를 졸업한 1999년 보스턴 레드삭스와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이후 8년 동안 메이저리그 승격 하나만을 바라보고 힘겨운 마이너리그 생활을 견뎠지만 결국 목표로 했던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밟지못한 채 한국으로 돌아왔다.
힘겨운 마이너리그 생활을 오랜 시간동안 했던 송승준이기에 현재 윤석민(28,볼티모어)이 겪고 있을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또 이해한다. 윤석민은 현재 볼티모어 산하 트리플A 구단인 노포크 타이드에서 6경기에 등판, 4패 평균자책점 7.46을 기록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마운드라는 목표를 안고 태평양을 건넌 윤석민이지만 상황은 냉혹하기만 하다.

송승준에게 윤석민에 대해 묻자 "지금 내 성적도 좋지 않은데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먼저 경험을 해봤던 선배로서 석민이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따로 내가 연락해서 말해주고 싶지만 (부담스러워 할까봐) 이렇게라도 이야기한다"면서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송승준은 4월 내내 힘겨운 피칭을 했다. "내가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는 송승준은 다행히 투구폼을 수정하며 실마리를 찾았다. 그는 "아마 지금 석민이도 내 상황과 비슷할 것이다.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있고 던지는대로 모두 받아쳐서 더 던질 곳을 찾지 못하고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 윤석민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건 구위나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정신적인 곳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송승준의 생각이다. 그는 "마이너리그에서는 적응하지 못하면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 누구도 한국에서처럼 챙겨주지 않고 내가 다가가야 한다"면서 "나도 그걸 나중에야 깨닫고 동료들과 함께 맥주도 마시고 친해지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또한 송승준은 "마이너리그에서 집-야구장만 오가는 생활을 하면 정말 힘들다. 그 때마다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하다. 그런 사람은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다가오는 게 아니다. 영어도 배우고, 내가 먼저 나서야 그들도 마음을 열게 된다. 야구만 해서는 (마이너리그 생활을) 버틸 수 없다. 친구도 만나고 여가도 즐기는 생활을 해야 유지를 할 수 있다"고 진심어린 충고를 했다.
윤석민을 더욱 힘들게했을 일은 메이저리그 승격설이다. 볼티모어는 불펜투수 에반 믹을 트리플A로 내리는 대신 투수 1명을 올리기로 했다. 현지 언론에서는 윤석민의 승격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쳤지만 결국 윤석민은 승격되는데 실패했다. 공교롭게도 그 일이 있은 직후 경기에서 다시 무너고 말았다.
송승준은 "나도 두 번 정도 메이저리그 승격을 눈앞에 두고 놓쳤던 기억이 있다. 그 좌절감은 정말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른다. 아마 지금 석민이도 엄청나게 힘들 것이다. 그 좌절감과 싸워서 이겨내기 위해서라도 미국에서 친구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