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팀은 마운드가 안정되어 있다. 5인 선발 로테이션 중 최소 3명에게 퀄리티 스타트(QS) 이상의 성적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하고, 셋업맨과 마무리, 추격조 등 11~12명이 각자 위치에서 제 몫을 해줘야 마운드 운영이 차질이 없다.
두산의 경우 1~4선발이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에이스 모드인 유희관과 자신의 투구 밸런스를 완전히 찾은 노경은이 각각 4월 평균자책점 2.04와 3.28로 좋았다. 더스틴 니퍼트와 크리스 볼스테드가 아직 최상은 아니지만 자신의 자리는 지키고 있다. 5선발만 자리를 잡는다면 선발진은 괜찮다.
불펜도 점차 안정되고 있다. 윤명준-정재훈-이용찬이 필승조를 이뤘고, 최근에는 더욱 페이스가 좋다. 4월에 6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기도 했던 이현승이 좌완 셋업맨으로 자리를 잡아준다면 불펜은 더 강해진다. 이현승은 최근 2경기에서도 실점이 없었다.

15승 14패로 5위인 두산은 팀 평균자책점에서도 4.80으로 5위다. 19실점 모두 자책점이었던 지난 6일 경기 결과가 반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팀 평균자책점 하위권으로 내려가지는 않았다. 아직 팀 평균자책점이 5점대인 팀도 셋(한화, SK, KIA)이나 된다.
6일 경기에서 19점이나 내주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선발 홍상삼의 부진이었지만, 선발이 조기에 무너졌을 때 이를 이어받아 중반까지 이어주는 롱릴리프의 부재도 있었다. 홍상삼이 1회 2사에 물러난 이후 누군가가 5회까지만 1~2실점으로 막아줬다면 두산은 방망이의 힘으로 역전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러나 변진수와 허준혁은 해답이 되지 못했다. 갑작스레 나온 변진수는 아웃카운트 4개를 잡는 동안 6피안타 5실점했고, 이어 등판한 허준혁도 2이닝 11피안타 7실점으로 무너졌다. 마지막 투수 오현택이 4이닝 3피안타 1실점한 것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사실 변진수와 허준혁을 탓할 수도 없다. 변진수는 예상도 못했을 시점에 마운드에 올랐고, 원래 1군에서 긴 이닝을 책임지는 유형도 아니었다. 변진수는 2012년 31경기 31⅔이닝, 2013년 38경기 38⅓이닝으로 경기당 1이닝 정도를 소화하는 투수다. 왼손 스페셜리스트인 허준혁도 롱릴리프와는 거리가 멀다. 오현택 역시 이날 이전까지 2이닝 이상 소화한 경기는 1차례가 전부였으나, 호투를 해줬다.
사실 두산은 지금까지 롱릴리프가 그리 자주 필요하지는 않았다. 두산 선발이 5이닝을 버티지 못한 경기는 4차례가 전부다. ‘잠실 전광판 사건’을 제외하면 이번 부산 3연전 이전까지 두산 선발투수들은 단 2경기를 빼고 늘 5이닝 이상을 책임졌다.
송일수 감독은 시즌 초 셋업맨 자리에서 부진했던 홍상삼, 우천취소로 인해 등판 기회를 잃은 이재우 등을 롱릴리프로 쓰려는 구상도 했으나, 선발들이 비교적 긴 이닝을 막아줘 이러한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다. 이후 송 감독은 이재우를 퓨처스로 내린 뒤 홍상삼을 비어있는 5선발로 넣었고, 홍상삼이 부진하며 롱릴리프의 부재가 아픈 결과로 나타났다.
통상 11~12명으로 구성되는 각 구단의 1군 마운드에서 롱릴리프는 5명의 선발투수나 마무리, 셋업맨에 비해 중요성을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 레이스를 펼치려면 든든한 롱릴리프 1명은 필수다. 좋은 롱릴리프는 승부의 추가 기운 경기에서 투수력의 소모를 최소화하게 해준다. 또한 선발진에 구멍이 생기면 임시 선발로도 활용될 수 있다. 지난해까지 팀에 있었던 김태영(KIA)이 그런 투수다.
하지만 두산의 경우 마운드의 가장 큰 걱정거리가 롱릴리프라는 것이 어쩌면 다행스런 일인지도 모른다. 두 외국인 투수가 아직 만족스러운 모습이 아니지만, 아직까지도 확실한 에이스나 마무리, 8회에 나설 핵심 셋업맨이 확립되지 않은 팀들과 비교하면 심각하지는 않다. 믿을 수 있는 롱릴리프의 부재는 아쉽지만, 지금 두산 마운드의 현실을 비관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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