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밀회', 연주와 흐느낌으로 꽉찼다…대사는 거들뿐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4.05.07 07: 09

'밀회'가 연주와 흐느낌만으로 대본의 여백을 채웠다.
지난 6일 방송된 JTBC 종합편성채널 월화드라마 '밀회'(극본 정성주, 연출 안판석) 14화에서는 슬픔이 가득 배어난 피아노 연주와 조용한 흐느낌이 선재(유아인 분)와 혜원(김희애 분)의 심경을 대신했다. 대사는 그저 거들뿐이었다.
선재와 혜원의 비밀 암호와도 같았던 '반짝 반짝 작은별'은 밝고 생명력 넘치는 멜로디를 벗어나, 어둡고 무겁고 침침한, 분노에 가득 휩싸인 연주로 다시 태어났다. 선재가 치는 연주를 홀로 듣던 혜원은 벽에 몸을 기대고 흐느꼈다. 한 지붕 두 공간에서 벌어진 두 사람의 연주와 흐느낌은 뒤엉켜서 금지된 사랑의 묵직한 무게감을 느끼게 했다.

이후 혜원은 "부끄럽다. 너한테 못할 짓을 했다"고 선재를 안았고, 선재는 "제발 자신을 불쌍하게 만들지 마세요"라며 의연하게 위로했다. "불쌍한 여자랑은 키스 못한다"며 혜원의 키스 시도도 밀쳐낸 뒤였다. 홀로 돌아가는 길, 선재는 가슴을 움켜잡고 오열했다.
두 사람이 느끼는 솔직한 감정이 연주와 흐느낌으로 대체 됐다면, 박혁권의 속물근성은 장소와 음식, 그리고 대사로 표현됐다. 불륜 사실을 알았음에도, 태연히 고급 레스토랑에서 고가의 술을 마시며 슈만-브람스의 이야기로 지금의 상황을 유야무야 포장하려는 듯한 그의 모습은 불쌍하다 못해 역겨웠다.
아내의 잘못된 행실을 지적하고 바로 잡는 게 아닌, 자신의 안위를 위해 철창행을 선택해달라는 회유, 그리고 성공을 위해 선재는 끝내 놓지 않으려는 야욕이 추악한 본심을 보여줬다. 결국 집으로 돌아가서는 감정을 주체 못하고 "당장 들어가라고. 출두해"라고 고함치며, 억눌렀던 찌질한 본성까지 여실히 드러냈다.
불륜은 어떤 경우에도 미화될 수 없다. 허나, 극한 상황에서 속속 두 사람을 덮치는 서회장 일가의 끝없는 탐욕과 비열한 수법의 향연은 상대적으로 이들의 금지된 사랑까지도 아름답게 보일 정도로 추악했다. 궁지에 몰린듯한 혜원이 서회장 일가를 상대로 어떤 반격을 보여주게 될지, 향후 전개에 더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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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밀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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