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은 부상과 싸웠다. 그리고 끝내 승리했다. 그러자 또 하나의 적이 등장했다. 바로 부담감이다. 김광현(26, SK)의 올 시즌은 그것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전쟁에서도 승리하겠다는 굳은 의지는 에이스답다.
김광현은 지난 5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되며 시즌 4승(3패)째를 따냈다. 팀의 4연패를 끊어내는 값진 승리였다. 김광현도 그 부분에 대해 가장 만족스러워했다. 하지만 의미는 또 있었다. 김광현은 이날 승리로 통산 74승(43패)째를 기록, SK 구단 소속으로 경기에 출장한 선수 중 통산 최다승을 기록했다. 기존 기록은 이승호(NC)가 가지고 있었던 73승이었다. 164경기 만에 나온 구단 역사였다.
이 기록은 김광현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증명한다.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의 맹활약으로 강한 인상을 심은 김광현은 이듬해부터 SK 부동의 에이스로 군림했다. 숱한 고비를 이겨내며 팀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지난 3년간은 부상으로 고전했지만 김광현을 괴롭혔던 어깨 상태가 말끔해진 올해는 초반 페이스가 순조롭다. 구단 내부에서는 “15승도 가능하다”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그만큼 몸과 마음이 모두 가볍다.

그런데 이런 김광현을 괴롭히는 딱 한 가지가 있으니 바로 부담감이었다. 사실 부상은 김광현에 대한 기대치를 낮췄던 것이 사실이다. 아픈 선수에게 이것저것을 바랄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올해는 스스로 몸 상태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고 눈으로 보이는 구위 또한 좋다. 기대치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김광현은 자신에게 쏠리는 시선에 대해 “솔직히 부담이 된다”라고 털어놨다. 요새 김광현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 중 하나다.
더 완벽하게 던지려고 노력하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간혹 그런 모습 때문에 투구수가 불어나는 경우도 있다. 김광현은 “보통 선발 투수가 6이닝 3실점을 기록하면 잘 던졌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라면서 “기대치가 높아지다 보니 더 완벽하게 던지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런 와중에 안 좋은 부분이 있었다”라고 곰곰이 시즌 초반을 돌아봤다. 자신에 어깨에 쏟아지는 기대치가 김광현의 투구를 더 신중하게 만든 셈이다.
하지만 이것도 이겨내야 한다는 것이 김광현의 생각이다. 어차피 프로 데뷔 이후 지금까지 이런 부담감에는 익숙했던 김광현이다. 김광현은 “관심이 없는 것보단 훨씬 낫지 않겠는가”라고 웃은 뒤 “그런 부담감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더 큰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김광현의 말대로 그것조차 이겨낼 수 있는 대담함을 가진다면 더 큰 바다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든든한 밑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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