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과 초심’ 이재원이 꺾이지 않는 이유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5.07 07: 29

하루에 안타 두 개를 쳐도 타율이 유지될까 말까다. 그런데 이재원(26, SK)의 타율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여전히 4할대에서 버티고 있다. 엄청난 괴력이다. 단순한 타격 기술로 그 원동력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겸손과 초심이라는 요소가 그 밑바탕에 자리하고 있다.
이재원은 올 시즌 초반 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 중 하나다. 6일 현재 타율이 무려 4할7푼7리에 이른다.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규정타석에 미달돼 가치가 떨어졌지만 이제는 당당히 규정타석을 채웠다. 2위 루이스 히메네스(롯데·.395)와의 격차도 꽤 크다. 최근 4년간 5월에도 4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했던 선수는 2012년의 김태균(한화)과 지난해의 배영섭(삼성)이 전부였다. 배영섭은 5월 9일 이후 4할 타자의 명예를 내려놨는데 이재원은 이 기록은 뛰어넘을 기세다.
3할만 쳐도 타격 능력을 인정받는 시대에서 4할 중·후반의 타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타율을 유지하려면 매 경기 2안타 이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재원은 실제 이를 이뤄내고 있다. 최근 8경기에서 안타를 치지 못한 경기는 딱 한 경기였다. 2안타 경기가 4경기, 3안타 경기가 3경기에 이르렀다. 4월 26일 4할7푼3리였던 이재원의 타율은 열흘이 지난 시점 오히려 더 올라있다. 

인천고 시절부터 타격을 겸비한 대형 포수로 각광받았던 이재원이다. SK의 왕조 시절에도 타격 재능은 팀에서 손에 꼽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재능이 각고의 노력을 거쳤고 비로소 기회를 만나 환하게 빛나고 있다는 평가다. 그간 왼손투수에만 강하다는 꼬리표도 떼어냈다. 6일 현재 왼손(.545), 오른손(.480), 옆구리(.357)의 세 유형에서 모두 특별한 약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재원 스스로가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에 오른손이나 사이드암 투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라고 자신할 정도다.
그러나 이재원은 여전히 겸손하다. 프로 데뷔 후 최고 성적에 신이 날 법도 하지만 여전히 묵묵히 땀을 흘리고 있다. 이재원은 “전광판에 찍힌 타율이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타율은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한다. 스스로도 이 타율을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대신 떨어지는 속도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생각이다. 현실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기에 대비도 명확할 수밖에 없다.
초심도 유지하고 있다. 이재원은 “내가 원래부터 잘했던 선수는 아니었지 않나”라고 되묻는다. 현재의 성적에 도취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한편으로는 아직까지는 상대가 자신과 정면승부를 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이제부터 시작될 견제에 대비한다는 심산이다. 이재원은 “초반이기는 하지만 타율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 정도다. 자만하지 않고 현재의 자신감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이재원의 타율이 꺾이지 않는 진정한 이유는 가슴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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