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스타터’라는 말은 잊어도 되는 것일까. 추신수(32, 텍사스)가 무서운 타격감을 선보이며 아메리칸리그 타격 지표를 선도하고 있다. 자신의 경력 최고의 초반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항상 악몽에 가까웠던 ‘5월 징크스’도 깨뜨릴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추신수는 6일(이하 한국시간) 현재 기념비적인 성적을 내고 있다. 27경기에서 타율이 3할6푼, 출루율은 무려 4할9푼1리을 기록 중이다. 장타율도 5할5푼1리에 이르러 OPS(출루율+장타율)는 1.042다. 이는 강타자들이 득실거리는 아메리칸리그에서도 독보적인 성적이다. 타율은 2위 멜키 카브레라(토론토, .341)과 2푼 가까이 차이가 난다. 출루율과 OPS에서도 호세 바티스타(토론토)를 떨어뜨려 놓은 채 1위를 달리고 있다.
발목 부상으로 타격감 저하가 우려됐으나 기우였다. 발목 부상 전까지 3할1푼4리를 기록했던 추신수는 복귀 후 7경기 만에 타율을 4푼6리나 끌어올렸다. 최근 4경기에서는 9안타를 몰아치기도 했다. 물론 타율은 변동이 있기 마련이고 언제까지 1위를 지킬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는 적어도 두 가지 측면에서 추신수에게 의미가 크다.

우선 개인 역대 최고 페이스다. 추신수의 통산 3·4월 타율은 2할8푼9리였다. 평균 정도의 출발을 보였던 셈이다. 그런데 올해는 이를 훨씬 상회하는 성적이다. 5월 6일을 기준으로,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된 2009년 이후 추신수가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한 연도는 지난해의 3할3푼1리였다. 올해는 3푼 가까이나 높다. 나머지 연도 성적과 비교하면 얼마나 쾌조의 출발을 보여주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2009년은 2할5푼3리, 2011년은 2할2푼6리, 2012년은 2할1푼1리였다. 그나마 2010년이 3할7리로 선방한 해였다.
두 번째는 5월 징크스를 깰 가능성이 보인다는 것이다. 추신수의 5월은 대개 좋지 않았다. 추신수의 통산 5월 타율은 2할7푼6리로 월별 성적 중에는 가장 낮았다. 5월에 부진했다가 6월 이후 살아나고 가을이 되면 물을 만나는 패턴이 일반적이었다. 실제 지난해도 좋은 출발을 보였으나 5월 타율이 2할4푼으로 추락하며 타율 관리에 애를 먹어야 했다.
그러나 올해는 5월 초반부터 이런 징크스를 깰 조짐이 보이고 있다. 좀 더 지켜봐야 할 필요는 있겠지만 고타율이 좀 더 오랜 기간 지속될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편 이는 그만큼 최근 컨디션이 좋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타율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추신수의 최대 장점인 출루율의 하락폭은 그보다 적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꾸준히 팀에 기여하는 선수가 될 수 있다. 추신수가 역대 최고 시즌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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