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땅을 밟은 에릭 해커(NC)은 27차례 마운드에 올라 4승 11패(평균자책점 3.63)를 거뒀다. 수치상 성적만 놓고 본다면 재계약 가능성은 낮았던 게 사실. 그렇다면 NC가 에릭과의 재계약을 추진한 이유가 무엇일까.
김경문 NC 감독은 에릭과의 재계약을 선택하게 된 세 가지 이유를 공개했다. 평소 "에릭의 승리는 적지만 단순하게 그 수치만 봐선 안 된다"고 강조해왔던 김경문 감독은 "에릭이 지난해 승운이 따르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감독 입장에서 4승 투수와의 재계약을 선택한다는 건 쉽지 않다. 에릭이 공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황 속에서도 선발 투수로서 제 역할을 잘 소화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에릭의 지난해 경기당 득점 지원은 2.5점에 불과했다. 그는 26차례 선발 등판에서 두 차례에서는 단 한 점도 득점 지원을 받지 못했다. 타선이 1점만 뽑은 경기도 8경기에 달했다. 2득점 지원 이하 경기가 14경기에 달했다. 26차례 선발 등판에서 50%가 넘는 수치다.

투수는 제5의 내야수다. 단순히 공만 던지는 선수가 아니다. 상대의 번트 때는 적극적으로 달려들어야 하며 1루수의 다이빙 캐치 등으로 베이스가 비었을 때는 타자주자를 잡기 위해 베이스 커버에 빠르게 나서야 한다. 이런 면에서 에릭은 단연 합격점이다. 에릭은 유격수 출신답게 수비 능력이 출중하다.
김경문 감독은 "투수들 가운데 은근히 수비 못하는 선수들이 꽤 있다. 투수가 타구를 제대로 잡지 못해 안타를 내주거나 폭투를 범해 위기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추가 실점하고 패하는 경우도 1년에 몇 경기씩 나온다"고 투수 수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야구 외적인 부분 역시 합격점을 받을 만 했다. 외국인 선수의 첫 번째 성공 요건은 문화적 적응 여부. 제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갖췄어도 문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기량 발휘가 쉽지 않다. 에릭은 지난해 9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첫 딸을 얻었다. 그의 아내 크리스틴 해커는 미국으로 건너가지 않고 서울의 한 산부인과에서 출산했다. 그만큼 한국에 대한 애정이 깊다는 의미. 김경문 감독은 "에릭의 그런 마음가짐이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김경문 감독이 바라보는 에릭의 올 시즌 예상 승수는 어느 정도일까. "감독 입장에서 많은 승리를 거둬 준다면 좋은 일이지만 욕심내면 안된다"는 게 김경문 감독의 대답이었다. 에릭이 지금처럼만 해준다면 더 바랄 게 없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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