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휴먼다큐 사랑’, 꽃보다 예쁜 다섯살 우정에 울다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4.05.07 07: 34

순수한 아이들에게는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이 없었다. 그저 한 방에서 함께 자라는 내 친구일 뿐이었고, 함께 하지 않으면 보고싶은 '듬직이'였다.
임듬직(5)은 지난 6일 오후 방송된 MBC ‘휴먼다큐멘터리 사랑 2014’ 4부작의 첫 번째 편 ‘꽃보다 듬직이’의 주인공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더 강도 높은 재활훈련을 위해 삼혜원을 떠나는 듬직이와 그런 그와 이별하는 삼혜원 친구들, 선생님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듬직이는 미혼모인 엄마에게 태어나 외할아버지의 반대로 시설에서 살게 된 뇌병변 장애아. 장애로 인해 지체장애인 생활시설로 가야 했으나 빈 자리가 없어 아동복지시설인 여수 삼혜원으로 오게 됐다.

듬직이가 삼혜원으로 오게 된 건 우연이었지만, 어쩌면 더 잘 된 일인지 몰랐다. 같은 방을 쓰는 세 명의 친구들과 아주 어린 시절부터 우정을 가꿀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듬직이는 같은 시설에서 온 동갑내기 예린이와 공식 커플로 불리며 알콩달콩 예쁜 우정을 만들고 있었다.
예린이는 짓궂게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듬직이를 살뜰히 챙겼다. 친구들이 블록을 갖고 놀 때 누워있는 듬직이에게 블록을 가져다주고 간식시간엔 듬직이가 앉은 의자 앞에서 직접 입에 간식을 떠먹여 주며 친구를 챙겼다. 듬직이 역시 그런 예린이에게 특별한 애정을 보였다. 예린이에게 예쁜 머리띠를 해주기 위해 엄마들의 손을 빌릴 정도로 적극적인 의사를 표현했다.
해맑은 아이들을 보며 웃음 짓지만, ‘엄마’라고 불리는 생활지도교사들의 고민은 깊어갔다. 듬직이에게 좀 더 집중된 훈련과 돌봄을 주고 싶었던 것. 때문에 듬직이를 담당하는 오승희 간호사는 듬직이를 데리고 무형성장애를 딛고 일어선 수영선수 김세진을 만나고, 뇌병변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의를 만나 상담을 받기도 했다. 결국 삼혜원 선생님들은 오랜 논의 끝에 듬직이를 삼혜원 근처 지체장애인 시설인 동백원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간 듬직이는 삼혜원 엄마들과 함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굳어가는 몸을 펴고 움직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엄마들의 정성어린 돌봄과 친구들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인지 누워만 있을 줄 알았던 아이는 몸을 뒤집고 어렵게나마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엄마들은 듬직이의 훈련을 위해 밥을 먹기 전 방 안에 벽을 찍고 돌아와야 하는 ‘찍콩’이라는 규칙을 만들었고, 듬직이는 머리를 벽에 부딪히고 멍이 들면서도 최선을 다해 몸을 움직였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더 듬직이가 몸을 가눌 수 있게 돕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선생님들은 눈물을 흘렸고, 아이들 역시 "듬직이 가지마"라며 가는 길을 막았다. 듬직이만큼은 자신의 운명을 아는지 입을 굳게 다물고 담담하게 동백원으로 떠나는 차를 탔다.
세상에서 상처받은 아이들이었기에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은 더 깊었다. 이따금 와서 먹을 것을 사주고 떠나는 아빠, 늘 바빠 자주 통화할 수 없는 엄마를 늘 그리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안쓰러움을 자아냈다. 그럼에도 티격태격 싸울 때도 있지만 조금 느린 친구를 기다려주고 친구가 원하는 것을 이해하고 들어주는 아이들의 모습은 이를 지켜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주기 충분했다. 꽃보다 예쁜 아이들의 작은 우정이 어른들을 울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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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듬직이'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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