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템의 젠부샤쓰] '올스타전은 '롤드컵'이전의 모의고사'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14.05.07 08: 18

'LOL 챔피언스(이하 롤챔스)' 2014 스프링 시즌의 4강전이 마무리 됐습니다. 삼성 블루와 나진 실드의 '끝판왕'대진이 완성됐는데요. 다시 각성한 '다데' 배어진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삼성 블루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형제팀 삼성 오존을 제압했고요. 나진 실드는 줄타기 같은 조마조마한 공방전으로 명승부를 만들어내면서 창단 첫 롤챔스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죠.
두 팀 모두 첫 롤챔스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간판스타인 '다데' 배어진, '와치' 조재걸은 소속팀을 바꿔서 우승하는 진기록을 남길 수 있게 됐습니다.
또 한 가지 화제는 모두가 열세라는 삼성 블루의 승리를 정확하게 적중시킨 '클템' 이현우 온게임넷 해설위원이었는데요. '제육볶음' 한그릇을 과감하게 건 이현우 해설은 3-1이라는 스코어까지 기막히게 맞추면서 장안의 화제가 됐죠.

온게임넷 '클템' 이현우 해설위원이 그의 막힘없는 시각으로 돌아보고 앞으로 경기도 내다봤습니다. 아홉 번째 클템의 젠부샤쓰를 만나보시죠. [편집자 주]
- 대망의 결승 대진이 완성됐습니다. 먼저 삼성 블루의 승리는 화제 중의 화제 였는데요. 블루의 전체적인 탄탄함은 예전부터 인정받았지만 오존의 세기는 못 미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죠. 블루의 승리 이유를 어떻게 보시나요?
▲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승리하기 위해 팀이 선택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라고 봅니다.
첫째는 ‘기본기’를 중심으로 기존의 전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완성도를 올리기. 둘째는 ‘변수’에 초점을 두고 기발한 전략, 전술, 검증되지 않은 픽밴등을 연구하기.
일반적으로 살펴보자면 이른바 ‘강팀’ 이라고 일컬어지는 팀들의 경우에는 보통 첫 번째 방법을 선호합니다. 이미 본인들의 실력에 충분한 자신감도 있으며 굳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는 “우리 것만 열심히 하면 돼”라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강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용하던 챔피언, 전략을 더 깊이 이해하는 것과 기본컨트롤능력에 중점을 두고 반복적으로 연습합니다. 보통의 경우 사람은 변화보다는 안정을 좋아하고 이 성질은 높은 곳에 위치할수록 강해지기 마련이니까요.
두 번째 방법은 당연하게도 소위 ‘약팀, 신생팀’이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졌을 때의 리스크가 적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며, 변수를 만드는 것이 상대적으로 약팀이 강팀을 이길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강팀간의 대결은 순수하게 컨트롤적인 요소, 눈에 보이지 않는 수준 높은 운영으로 감탄이 나오는 경우가 많고 상대적으로 약팀간의 대결은 신선한 픽밴, 기발한 전략, 전술 등으로 감탄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두 가지 연습방향은 둘 다 굉장히 중요하며 반드시 병행해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습니다.
픽밴과 전략이 아무리 좋아도 그것을 뒷받침할 컨트롤과 운영이 부족하다면 의미가 없고 운영이 아무리 좋아도 메타에 안 맞는 챔피언만 계속 고집한다면 큰 의미가 없겠죠. (글을 쓰다 보니 괜히 제가 찔리네요.) 요약하면 밸런스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블루가 승리한 가장 큰 이유는 ‘균형 잡힌 연습’이라고 봅니다. 신선한 픽, 본인들만의 필살기, 그것을 뒷받침할 기본기까지. 3박자가 잘 갖춰진데 반하여 오존은 새로운 픽을 준비는 했으나 완벽하지 못했고 전체적으로 기존에 본인들이 보여주었던 스타일과 크게 다르지 않았죠. 너무 안정적으로 하려했기에 변수라는 큰 물결에 휩쓸렸다고 봅니다.
긴 글이 읽기 부담스러운 분들을 위해 아주 짧게 요약하면, 블루가 이긴 가장 큰 이유는 다데의 슈퍼캐리 때문입니다. (농담인거 아시죠? 한명의 슈퍼캐리는 나머지 4명의 서포팅으로 만들어집니다.)
- 특히 '다데' 배어진의 활약이 돋보였습니다. 이 정도 활약이면 돌아온 '다데'가 아니라 진화한 '다데'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네요. 최우범 코치의 말을 빌리면 배어진은 제일 일찍 연습을 시작해서 가장 마지막까지 연습을 한다고 하네요. 배어진의 부활 여러가지 의미를 부여할 것 같습니다.
▲ “재능은 노력을 이길 수 없다”라는 말을 많이 듣고 실제로 봐왔습니다. 원래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은 그 높은 곳에서 계속 유지하는 것이고 그것보다 더 힘든 것은 높은 곳에서 떨어졌을 때 다시 올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다데선수의 플레이는 경기를 보는 이들로 하여금 그 뼈를 깎는 노력이 느껴질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모든 선수들의 귀감이 될 만하며 힘든 시기를 겪고 다시 한 번 멋진 모습으로 올라와준 다데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우승하면 제육볶음 사줘.)
- 실드와 블레이즈 경기는 마지막까지 한 치 앞을 내다 보기 힘들었던 명승부였습니다. '롤 클라시코'라는 말이 그냥 생긴 건 아니었더군요. '승승'으로 앞서가다 '패패'로 쫓긴 상황은 압박이 컸을텐데 마지막을 멋진 승리로 장식한 나진 실드에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이현우 해설이 보신 4강 마지막 경기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요?
▲ 블라인드전은 집중력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팀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건 팀원과의 호흡, 커뮤니케이션이겠죠. 쉴드는 마지막 경기에서 이 2가지요소를 블레이즈보다 훨씬 앞서갔다고 생각합니다. 다섯 경기 내내 쉴드는 이어달리기를 하는 느낌이었다면 블레이즈는 개개인이 따로 달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문제가 가장 드러난 경기가 지칠 대로 지친 5경기였고 그 차이가 승패를 가르지 않았을까요?
- 올스타전도 이제 얼마 안남았습니다. 이번 올스타전 볼 만한 관점 포인트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 일단 ‘롤드컵’이라는 가장 중요한 수능시험을 보기 전에 치는 모의고사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말 그대로 ‘모의’지만 모의고사성적이 수능성적과 크게 다르게 나오지 않는 점을 감안하신다면 상당히 중요한 경기가 되겠죠.
자기 동네에서 가장 강한 팀(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들이 출전하며 그 자체로도 충분한 재미요소가 되지만 이런 국가대항전에서 가장 재미있는 포인트는 바로 메타와 메타의 대결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우리나라에선 이게 대세!” 이런 픽들과 전술이 승패를 겨루기에 한쪽은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벤트적인 성격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시고 너무 높은 잣대를 적용하고 냉정하고 칼 같은 시선으로 경기를 분석하시기 보시는 것보다는 즐겨주셨으면 합니다. 한국올스타 파이팅!
고용준 기자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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