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상이 좋아지고 있다. 재작년 한 창 좋았을 때의 모습이 보인다.”
LG 조계현 수석코치의 기대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LG 우투수 유원상이 불펜진에 힘을 불어넣는 중이다. 구위만 봐도 그렇다. 6일 잠실 한화전에서 1⅓이닝 무실점, 최고 구속 148km를 찍었다. 8회초부터 9회초까지 한화 타자 네 명을 오직 패스트볼만 사용해 내리 범타 처리했다. 구위와 함께 자신감도 올라온 모습이었다.
유원상이 가장 좋았을 때는 2012시즌이었다. 당시 유원상은 140km 후반대 패스트볼과 140km를 상회하는 슬라이더로 타자를 압도했다. 선발투수에서 불펜투수로 보직을 바꿔 대반전을 이뤘다. 유원상과 봉중근의 보직변화로 LG는 ‘8회 유원상-9회 봉중근’ 필승공식을 세웠다. LG 불펜 잔혹사에 마침표를 찍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2013시즌에는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다. 2013 WBC를 준비하면서 서둘러 페이스를 올렸다가 후유증을 앓았다. 시즌 내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구위도 들쭉날쭉했다. 그래도 LG는 시즌 초반 정현욱, 중반 이후부터 이동현이 셋업맨 역할을 하면서 불펜 평균자책점 리그 1위(3.40)를 기록했다.
충분히 만족할만한 성과를 냈으나 차명석 투수코치는 아쉬움을 먼저 표했다. 2013시즌이 끝난 후 차 코치는 “기록은 좋았지만 압도적이진 못했다”고 투수진을 돌아봤다. 차 코치의 구상은 시즌 초반 정현욱, 중반 이동현, 후반 유원상이 셋업맨으로 자리하는 거였다. 유원상의 부재로 이동현과 봉중근이 1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 유원상은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내가 힘을 보태야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올 시즌 LG는 셋업맨을 찾지 못하고 있다. 불펜 평균자책점도 5.25로 치솟았다. 마무리투수 봉중근 외에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이동현의 손가락이 완벽해질 때까지 셋업맨을 찾아야 한다. 일단 조계현 수석코치는 불펜진 개혁을 선언했다. 조 수석코치는 6일 잠실 한화전을 앞두고 “우리 불펜투수들은 힘이 있다. 좌우 타자에 맞춰 투수를 올리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의 구위가 좋은 만큼, 힘대힘으로 맞서보겠다”고 했다. 현재 LG 불펜진에 좌완은 전무하다. 우투수와 사이드암투수로만 구성되어 있다.
조 수석코치가 말한 ‘힘 있는 불펜투수’의 중심에는 유원상이 있다. 실제로 LG 포수들은 유원상을 두고 “공이 굉장히 좋다. 2012년 느낌이 든다. 벌써 3승을 했는데 올해 운도 따라주고 있다”고 말했다. 투수조 조장 봉중근 또한 “주역들이 한 명씩 돌아오고 있다. 모두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조금 늦었지만 이전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본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불펜이 제자리를 찾기 위해선 2012시즌처럼 ‘8회 유원상-9회 봉중근’의 공식이 다시 살아나야한다.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