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상(29, SK)이 복귀전에서 호투했다. 팀, 개인, 그리고 불운의 세 가지 아픔을 싹 날려버린 값진 호투였다.
윤희상은 7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86개의 공을 던지며 2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비록 4-0으로 앞선 9회 불펜이 난조를 보이며 역전을 허용, 승리는 날아갔지만 1승 이상의 값어치를 지닌 투구였다. 개인이나 팀에 전환점이 될 만한 날이었다.
윤희상은 본의 아니게 세간의 큰 화제를 끌어야 했다. 지난 4월 25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였다. 당시 윤희상은 경기 첫 타자인 김문호의 투수 앞 강습 타구 때 급소를 맞는 아찔한 장면을 연출했다. 보는 사람도 경악을 금치 못했던 장면이었다. 당사자인 윤희상의 고통은 엄청날 수밖에 없었다. 이 사태는 ‘투수 낭심 보호대 착용 의무화’라는 공론 형성까지 이르렀다.

결국 통증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1군 엔트리 말소도 겪었다. 일주일 정도는 절대 안정을 취했다. 투구에는 큰 지장이 없었지만 뛰는 것에는 지장이 있었다. 이런 사태 속에서 윤희상이 받은 스트레스는 컸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불가피한 사정이 여론을 모으는 것을 반길 이는 없었다. 결론은 하나. 다시 마운드에 서 건재를 과시해야 했다. 그리고 윤희상은 복귀 후 첫 경기에서 이를 해냈다.
낭심 보호대라는 어색한 장비를 착용하고 마운드에 오른 윤희상은 깔끔한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3회까지는 삼성 강타선을 퍼펙트로 잠재웠다. 제대로 된 안타는 5회 정형식 타석에야 처음 나왔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4㎞ 정도로 그리 빠르지 않았지만 힘이 있어 타구가 멀리 뻗어나가지 못했다. 주무기인 포크볼은 물론 슬라이더·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를 이용해 맞혀 잡는 피칭을 한 끝에 삼성 타선을 무사사구 2피안타로 틀어막았다.
이번 승리로 세 가지 아픔을 모두 날렸다. 우선 ‘초반 부진’이라는 기록을 날렸다. 윤희상은 이날 전까지 5경기에서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6.75로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지난해와는 달리 몸 상태가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위가 올라오는 속도가 더뎠다. 하지만 이날 호투로 새로운 기분과 함께 앞으로의 일정을 맞이할 수 있게 됐다.
부상에 신음하고 있는 팀 선발진의 아픔도 날렸다. SK는 로스 울프의 전완근 부상에 이어 윤희상까지 불의의 부상으로 이탈하며 선발진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대체 선발이었던 백인식 여건욱이 부진해 그 공백은 더 컸다. 팀 성적이 쭉쭉 미끄러졌던 원인 중 하나였다. 그러나 윤희상이 이날 건재함을 과시함에 따라 선발진 운영에 숨통이 트였다. 다음주부터는 울프도 돌아올 수 있는 만큼 SK 선발진도 안정을 찾아가 가능성이 생겼다.
개인적인 마음고생도 날렸다. 윤희상은 사건 이후 본의 아니게 매스컴과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부상 부위가 일반적이지 않은 것이 컸다. 스스로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윤희상 주위에서 받는 상처가 적지 않았다는 게 주위의 후문이다. 하지만 이번 호투로 이제는 그런 이야기도 쏙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세 가지의 모든 아픔이 호투와 함께 사라진 셈이 됐다. 물론 부상 부위도 이제 더 이상 아프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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