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대패 속에 한 어린 투수가 힘든 경험을 했다.
넥센 히어로즈 우완 윤영삼(22)은 지난 7일 목동 NC전에서 1군 데뷔전을 치렀다. 윤영삼은 팀이 2-12로 뒤진 3회초 등판해 4이닝 11피안타(3홈런) 4탈삼진 6사사구 12실점을 기록하며 길고 힘들었던 하루를 마쳤다. 팀은 5-24로 기록적인 완패를 당하면서 단독 선두를 NC에 내줬다.
처음부터 승산이 없는 싸움이었다. 9연전 속 불펜에 휴식을 주고 윤영삼에게 데뷔전에서 경험을 쌓으라는 의미로 내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NC 타자들은 2이닝 동안 10안타를 몰아치며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상태였다. 윤영삼의 구위가 문성현보다 더 좋았다면 NC 타선을 가라앉힐 수도 있었겠지만 윤영삼은 아직 1군에서 통할 실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윤영삼이 홀로 마운드에서 두들겨맞도록 4이닝 동안 그를 마운드 위에 세워둔 것은 누굴 위해서였나 하는 생각을 피할 수 없다. 1군 데뷔전이었고 그가 지난해 말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떠났던 친정팀이었다. 윤영삼의 부진한 실력을 비판하고 질책하기 전에 그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한 코칭스태프의 판단이 먼저 도마 위에 올라야 한다.
누구든 첫 등판, 첫 안타, 첫 실점이 중요하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보통 첫 등판하는 투수가 있으면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가 흔들린다 싶을 때 바로 내린다. "좋은 기억만을 심어줘야 자신감이 오래 간다"는 것이 그 이유. 하지만 아쉽게도 윤영삼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만약 윤영삼이 1군 에이스급 투수가 아니기 때문에 그랬다면 선수에게 두 번 상처를 주는 일이다.
투수 한 명을 키우는 것은 1년 농사를 넘어 다년 농사에 비교된다. 예민한 투수를 제대로 교육시키기 위해서는 코칭스태프도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특히 요즘 선수들에게는 예전 세대와 다른 소통, 교육 방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4이닝 동안 빗속에서 NC를 상대해야 했던 윤영삼의 1군 데뷔전은 납득되지 않는 가혹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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