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부터 시작된 각 팀의 9연전은 시작되기 전부터 각 팀의 골칫거리였다. 선발투수 1명을 더 확보해야 했고, 휴식이 없기 때문에 매 경기 불펜도 최대한 아껴야 했다. 또한 베테랑이거나 가벼운 부상이 있는 야수들에게는 중간에 하루 휴식도 계획해두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많은 팀들이 이번 9연전을 앞두고 걱정을 많이 했다. 그리고 그 걱정들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각 구장에서 한 팀이 15점 이상을 얻는 보기 힘든 경기들이 속출했다. 9연전 막바지에 이런 경기들이 나왔다면 휴식이 없는 탓으로 돌릴 수 있겠지만, 시작부터 꾸준히 나오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9연전 기간 동안 첫 날인 3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최소 한 팀은 16점 이상을 전광판에 찍었다. 9연전을 앞둔 휴식일 직전 경기였던 1일에도 KIA가 실책을 8개나 범한 SK를 상대로 20점을 뽑으며 SK 마운드와 내야를 초토화시킨 바 있다.

3일에는 경기가 없던 한화를 제외한 8개 팀 모두 상대를 한 자릿수 득점으로 묶었다. 하지만 4일에는 SK가 롯데에 16점, 5일에는 KIA가 넥센에 16점을 헌납했다. 정도가 점점 심해져 6일에는 두산이 10점을 얻고도 롯데에 19실점해 대패했고, 급기야 7일 넥센은 6회 강우콜드로 끝난 목동 NC전에서 24실점했다. 3연전에 걸쳐 내줘도 많을 점수를 6이닝에 몰아줬다.
각 팀이 9연전 중 5경기를 소화하고 4경기를 남긴 가운데, 앞으로 남은 4경기에서도 이러한 경기들이 나오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 선발이 일찍 무너져 불펜을 대거 투입해 불펜의 피로가 쌓인 팀들이 많아 위태롭다. 선발투수들이 5이닝을 5점 이하로 막아내지 못하면 또 두 자릿수 실점의 빌미가 될 수 있다.
이러한 핸드볼 스코어 야구의 가장 큰 문제는 재미가 없다는 점이다. 3회 이전에 승부가 갈리고 한 팀이 15점 이상을 얻는 경기에서는 팬들의 집중도가 크게 떨어진다. 중반 이후로는 주전들이 빠지고, 그라운드에 남은 선수들에게는 개인 기록을 위한 경기가 될 뿐이다.
득점이 많으면 많을수록 공격은 길어진다. 한 팀의 공격이 길어지면 그만큼 경기 시간도 늘어난다. 시원한 타격전이 아닌 투수의 제구 난조로 인한 수준 낮은 야구는 팬들에게도 어필할 수 없다. 좁아진 것 같은 스트라이크존도 이러한 현상에 한 몫을 하고 있다.
화끈한 공격야구는 팬들에게 인기를 얻지만, 매일 이런 경기만 반복되면 흥미가 떨어진다. 의외성은 야구의 재미지만, 말 그래도 의외의 부분이어야 의미가 있다. 한 팀이 15점 이상을 만들어내는 경기가 일상적으로 나오게 되면 이번 시즌 타자들이 만들 여러 기록들도 상대적으로 가치를 잃게 된다. 각 팀 에이스나 새 얼굴들의 호투가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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