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제로’임창용의 으리으리한 소방지표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5.08 06: 21

‘미스터 제로’의 위용은 여전하다. 9경기 동안 그 어떤 팀도 임창용(38, 삼성)의 평균자책점에 흠집을 내지 못했다. 더 무서운 것은 임창용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오승환(한신)이 빠져 나간 최고 마무리 타이틀 또한 접수할 기세다.
임창용은 7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5-4로 앞선 9회 등판, 탈삼진 2개를 곁들이며 퍼펙트로 막고 세이브를 챙겼다. 시즌 6세이브째. 이로써 올 시즌 성적도 진화를 이어갔다. 임창용은 7일까지 9경기에서 2승6세이브 평균자책점 0을 기록 중이다. 9⅓이닝 동안 허용한 안타는 단 3개, 장타는 2루타 하나뿐이다. 피안타율은 1할3리, 이닝당출루허용률(WHIP)는 0.43에 불과하다. 문자 그대로 으리으리한 성적이다.
7일 경기에서 고무적이었던 것은 단순한 결과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과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임창용은 이날 등판 대기를 한 것이 아니었다. 팀 타선은 8회까지 무득점에 묶였다. 9회 돌입 당시 점수는 0-4. 상대도 필승조가 동원됐음을 고려하면 임창용으로서는 하루 쉬어가는 수순이었다. 그런데 타선이 불굴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1~2점씩을 따라가자 상황이 돌변했다.

임창용은 경기 후 “팀이 1점을 내고 만루 상황을 만들 때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라면서 “본격적으로 몸을 푼 것은 동점이 되고 나서부터였다”라고 털어놨다. SK도 투수를 교체했고 삼성의 공격이 꽤 더 이어졌음을 고려할 수 있지만 어쨌든 평소보다는 급박한 준비였다. 그럼에도 임창용은 흔들림이 없었다. 짧은 시간 속에서도 출격 대기를 마쳤고 여전한 구위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2㎞까지 나왔다. 상대 마무리 박희수가 고전했듯이 비 때문에 마운드 사정이 썩 좋지 않았음에도 올 시즌 최고 구속을 찍었다. 점점 올라오고 있는 몸 상태를 대변하는 수치다. 임창용도 “한국에 돌아와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진 것 같다. 구속이 나오는 게 반갑다”라고 활짝 웃었다. 구속은 특유의 공 움직임과 맞물려 거대한 시너지 효과를 냈다. SK가 좌타자인 한동민 홍명찬을 차례로 대타 투입해 마지막 반격을 노렸지만 허사였다.
삼성이 누리는 ‘임창용 효과’는 기록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임창용이 가세하기 전인 4월 12일까지 삼성 불펜의 평균자책점은 9경기에서 4.23이었다. 표본이 많지는 않았지만 내용적으로도 불펜 투수들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임창용이 첫 등판을 가진 이후 삼성 불펜의 평균자책점은 17경기에서 2.16에 불과하다. 절반 정도로 떨어졌다. 임창용이 ‘0’의 행진을 벌이며 든든히 중심을 잡고 있는 가운데 다른 선수들도 심리적 부담을 던 채 점차 투구 내용이 좋아지고 있는 까닭이다.
이런 임창용이 더 강해진다면 삼성 불펜은 흔들림을 최소화할 수 있다. 임창용은 올해 스프링캠프 당시 최고 150㎞ 정도의 공을 던졌다. 7일 경기를 통해 가장 좋을 때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0’의 행진이 계속 이어지기는 어렵겠지만 임창용의 존재감은 올 시즌 끝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누가 뭐래도 경험과 배짱은 국내 마무리 중 최고인 임창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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