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번째 2루타서 드러난 이승엽 클래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5.08 10: 40

‘기록의 사나이’ 이승엽(38, 삼성)이 또 하나의 금자탑을 쌓았다. 통산 350 2루타 고지를 밟았다. 그리고 그 350번째 2루타에서 이승엽의 변함없는 클래스가 나왔다. 해결사의 면모는 어디가지 않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승엽은 7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통산 350 2루타를 기록했다. 350 2루타는 양준혁(전 삼성·458개), 장성호(롯데·390개), 이병규(LG·362개) 만이 가지고 있는 기록으로 이승엽이 역대 4번째로 이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그런데 그 350번째 2루타의 의미가 특별했다. 팀 승리의 발판을 놓는 2루타였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승엽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었던 2루타이기도 했다.
이승엽은 삼성이 1-4로 추격을 시작한 9회 1사 만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는 리그 최고의 마무리 중 하나인 박희수였다. 비 때문에 마운드 상황이 좋지 않아 박희수의 제구가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었지만 어쨌든 기량이 뛰어난 선수였다. 여기에 만루 상황. 땅볼 하나는 경기 종료를 의미할 수 있었다. 긴장감이 흐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승엽의 기량과 수싸움은 여전했다. 2B 상황에서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온 가운데 빠른공을 잡아 당겨 우중간 담장을 직접 맞히는 2타점 2루타를 쳤다. 1m만 더 날아갔어도 여지없는 그랜드슬램이었다. 어지간한 담력으로는 이 상황에서 풀스윙을 하기 어렵기 마련이다. 결과가 두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승엽은 유리한 볼 카운트를 십분 활용할 기량과 배짱이 있었다.
이승엽은 경기 후 “땅볼로 병살타를 만들지 않기 위해 풀스윙을 하려고 생각했다. 홈런이 아니었어도 기뻤다”고 말했다. 중압감이 넘치는 상황에서 오히려 과감하게 배트를 돌렸다는 의미였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이승엽의 가치가 직접적으로 드러난 장면이었다.
그 외에도 ‘이승엽이 건재하다’라는 명제를 확인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이 350번째 2루타에 녹아 있었다. 박희수는 왼손투수다. 보통 왼손타자는 왼손투수에게 약하다는 것이 상식이다. 이승엽도 일본에서는 그런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 왼손을 상대로 시즌 타율(.293)보다 더 높은 3할3푼3리를 치고 있다. 3개의 홈런 중 2개를 왼손에게 뽑아냈다.
또한 이 상황은 9회 1사 만루였다. 보통 9회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집중력이 다소 떨어지는 시점이다. 승패가 결정된 상황도 많다. 하지만 이승엽은 올해 경기 막판까지 집중력을 유지하고 있다. 9회 타율이 무려 5할4푼5리(11타수 6안타)에 이른다. 이날과 같이 병살 하나면 이닝이 끝날 수 있는 1사 만루 상황에서는 2타수 2안타로 실패가 없었다. 2루타 2개를 뽑아내며 4타점을 쓸어 담았다. 해결사다운 면모다. 이처럼 이승엽의 클래스는 누가 뭐래도 살아 숨쉬고 있다. 삼성으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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