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비극, 허술한 수비에서 시작된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5.08 06: 42

방망이는 안 맞을 때도 있다. 투수들은 잘 던질 때도, 못 던질 때도 있는 법이다. 하지만 수비와 주루는 꾸준해야 한다.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러나 SK가 그 기본을 지키지 못한 채 고전하고 있다. 특히 수비력의 저하는 당황스러울 정도다. 최근 떨어지는 성적의 원인도, 반등의 계기도 수비에서 찾아야 한다.
한때 12승6패까지 기록하며 선두권을 유지했던 SK는 5카드 연속 루징시리즈를 기록하며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던 5할 승률이 무너졌다. 7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는 4-0으로 앞서고 있던 9회 불펜이 무너지며 4-5 역전패를 당했다. 다시 연패다. 팀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는 위기다.
원인은 여러 가지에서 찾을 수 있다. 역시 부상이 가장 뼈아팠다. 루크 스캇, 로스 울프, 조인성, 박진만, 윤희상 등 부상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졌다. 전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성적으로 직결됐다. 그 중 부상자 여파에 직격탄을 맞은 마운드는 버티지 못했다. 7일 현재 SK의 팀 평균자책점은 5.37로 리그 8위다. 리그 평균(4.91)보다도 못하다. 리그 8위의 평균자책점으로 높은 순위를 바란다는 것은 욕심이다.

그런데 이런 불안한 마운드를 뒷받침해야 할 수비마저 말썽이다. SK는 7일 현재 31경기에서 무려 32개의 실책을 범했다. 산술적으로 경기당 꼭 한 번 정도는 실책이 나온다는 의미다. 지난 1일 광주 KIA전에서는 한 경기 8개의 실책을 저지르며 역대 프로야구 한 경기 최다 실책의 불명예를 뒤집어쓰기도 했다. 그물망 수비를 바탕으로 세 차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SK임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너나할 것 없이 불안하다. 3·유간을 지키는 최정과 김성현이 6개씩의 실책을 저질렀다. 신현철은 5개, 나주환은 3개로 내야수들이 23개의 실책을 합작 중이다. 포수 정상호도 4개의 실책을 범했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너무 잘 쫓아가 안타가 실책이 되는 것도 아니다. 기본적인 포구부터가 안 된다. 김강민 조동화가 버티는 외야는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송구에서 부정확한 모습이 여러 차례 나오고 있다.
수비력에 균열이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SK는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수비에 특별히 신경을 썼다. 강도보다는 효율을 중시하는 이만수 SK 감독도 수비에는 특별히 많은 훈련량을 배정했다. 세이케 마사가즈 코치도 영입하며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이처럼 겨울 내내 땀을 흘렸지만 한 번 금이 가기 시작한 수비는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고 있다. 특히 5월 이후에는 벤치와 팬들의 한숨을 자아내는 수비가 속출하는 중이다.
1일 광주에서 8개의 실책을 범하며 자멸한 SK는 그 후로도 ‘실책=패배’의 공식을 이어가고 있다. 이만수 감독도 고민을 드러냈지만 시즌 중에 뾰족한 수를 낼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이 감독은 “나도 선수 생활을 해봤지만 안 좋을 때 이야기를 하면 선수들이 위축될 수 있다. 수비코치가 가장 답답해하고 있다”고 씁쓸해 했다. 지금으로써는 선수들이 부담을 털고 집중력 있는 수비를 보여주길 바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삼성과의 3연전 중 첫 2경기에서도 수비는 어김없이 문제를 일으켰다. 6일 경기에서는 최근 계속 지적되는 외야 송구와 커트맨의 포구가 문제를 일으켰다. 7일 경기에서도 나아진 것은 없었다. 유격수 신현철은 4회 평범한 뜬공을 놓치며 고개를 숙였다. 4-0으로 앞선 9회 대량실점의 빌미는 결과적으로 선두타자 나바로를 살려 보내 준 3루수 최정의 부정확한 송구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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