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외국인 타자 펠릭스 피에(29)가 퇴장을 당했다. 심판 판정에 불만을 나타냈고, 심판은 가차없이 그를 퇴장시켰다. 지난 7일 잠실 LG전에서 벌어진 일. 심판과 외국인 타자의 악연이 반복된 순간이었다.
5회 2사 2루에서 LG 정현욱과 풀카운트 승부를 벌인 피에는 6구째 몸쪽 낮은 직구에 루킹 삼진을 당했다. 그러나 피에는 공이 낮게 빠진 것으로 봤고, 한동안 타석에 그대로 선 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어 배트를 심판이 보는 앞에서 내던진 뒤 경고를 받았지만 다시 배팅 장갑도 거칠게 던졌다. 그러자 주심 박기택 심판원이 '심판 판정 불만'을 이유로 곧장 퇴장 조치했다.
▲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

피에의 퇴장,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카림 가르시아. 그는 롯데 시절이었던 2010년 5월20일 군산 KIA전과 9월8일 대구 삼성전 두 번이나 심판 볼 판정에 격분해 퇴장을 당했다. 두 번째 퇴장으로 징계를 받자 자신의 트위터에 심판 비난글을 올려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결국 심판실로 찾아가 고개 숙여 사과해야 했다.
가르시아 뿐만이 아니다. 외국인선수로는 최초로 퇴장을 당한 것도 타자였다. OB 타이론 우즈가 그 주인공으로 1998년 6월14일 잠실 LG전에서 스트라이크 판정에 불만을 품고 욕설을 하다 퇴장됐다. 한화 댄 로마이어도 1999년 6월11일 전주 쌍방울전에서 심판의 볼 판정에 격분해 배트를 집어던지며 욕설을 퍼부어 퇴장을 당했다. 벌금도 100만원을 물어야 했다.

롯데 펠릭스 호세도 빠질 수 없다. 그는 2006년 5월12일 대전 한화전에서 9회 타석 내내 볼 판정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다 삼진을 당했다. 그러자 곧장 심판에게 쉴새없이 욕설을 퍼붓다 퇴장 조치됐다. 현대-히어로즈에서 뛴 클리프 브룸바도 2009년 5월8일 문학 SK전에서 헛스윙 삼진 과정에 하프 스윙 판정을 놓고 설전을 벌이다 퇴장을 명령을 받아야 했다.
▲ 외국인 차별, 스스로 권위 깎는 일
기본적으로 볼 판정은 심판 고유의 권한으로 어필할 수도 없고, 번복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가르시아·우즈·로마이어·호세·브룸바 등 시대를 풍미한 특급 외국인 타자들이 심판들과 악연이 많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유독 외국인 타자들에게 심판이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본다는 이야기가 오래 전부터 나왔다. 퇴장을 당할 때에도 순간적인 감정 대응이 아니라 쌓이고 쌓인 불만이 한 번에 폭발한 것으로 해석됐다.
비단 우리나라만 해당하는 일은 아니다. 이승엽·김태균·이대호처럼 일본프로야구에서 뛴 한국인 타자들도 비슷한 경험을 많이 했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차별이 있었다"며 외국인선수로서의 고충을 토로했다. 그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타자들도 큰 피해 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과거 퇴장당한 외국인 타자의 통역을 맡았던 관계자는 "그 일로 자신이 용병 신분이라는 것을 다시 느끼는 모습이었다. 심판 판정에 대한 불이익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러나 공정성을 갖춰야 할 프로 세계에서 외국인선수와 국내선수의 대우가 다른 건 있을 수 없다. 그것이야말로 권위를 깎아내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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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