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 때 아닌 핸드볼 스코어가 속출하고 있다. 지금 이대로라면 역대 최고의 타고투저 시즌이었던 1999년 이상 가는 해가 될 전망이다.
지난 7일 NC는 목동 넥센전에서 무려 24득점을 폭발시켰다. 역대 프로야구 한 경기 최다득점 공동 2위에 해당하는 고득점. NC에 앞서 롯데와 KIA도 20득점씩 올렸다. 20점 이상 득점은 지난해 576경기 동안 한 차례도 없었다. 2007~2013년 7년 동안 7번으로 1년에 한 번꼴로 나왔는데 올해는 개막 한 달 반 만에 3번이나 속출했다. 15득점 이상도 8차례나 나왔다.
▲ 역대 최고 타율, 1999년의 재림

시즌 130경기를 소화한 8일 현재 리그 평균 타율은 무려 2할8푼2리다. 지난해까지 통산 리그 평균 타율(.262)보다 2푼 높다. 역대급 타고투저 시즌이었던 1999년(.276)을 넘어 최고타율이다. 경기당 평균 득점도 10.93점으로 역시 1999년(10.77)을 넘어 역대 최다. 리그 평균자책점(4.91)도 1999년(4.98) 추월이 머지 않은 분위기다.
여러모로 1999년을 연상시키는 시즌이 되어가고 있다. 1999년은 프로야구 사상 최대 타고투저 시즌으로 역대 최다 1274개의 홈런이 폭발했다. 팀 평균자책점 1위 롯데도 4점대(4.18)였다. 해태는 역대 한 시즌 최다 210개의 팀 홈런 터뜨렸다. 30홈런 타자만 외국인 거포 7명 포함 무려 13명으로 역대 최다 인원이 배출됐다.
외국인 타자들의 득세와 토종 거포들의 활약으로 투수들이 죽어나던 시절이었다. 올해도 1999년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팀 평균자책점 1위 NC도 4점대(4.05)에 머물러있다. 롯데(.295)와 NC(.293)의 팀 타율은 3할에 육박한다. 경기당 홈런은 1.78개로 1999년(2.41개)에 미치지 못하지만 지난해(1.39개)보다 크게 증가했다.
▲ 역대급 타고투저 바람 그 요인은?
이 같은 타고투저 현상에는 외국인 타자 등장 외에도 여러 가지 요인이 거론된다. 먼저 투수들이 타자들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한 감독은 "투수는 어깨가 소모되고, 스타일이 노출돼 있다. 타자들의 눈에 많이 익어 점점 공략당한다. 구종을 개발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타자들에 비해 새로운 투수들이 나오지 않고 있다. 타자들의 타격 기술 발전을 못 따라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완투형 투수가 없다는 게 가장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실제로 올해 완봉은 커녕 완투한 투수도 없다. 전체적으로 선발투수 층이 얇아졌고, 불펜 투수들에게 그대로 부담이 전해지고 있다. 벤치도 조급한 나머지 선발들을 일찍 바꾼다. 선발이 5회를 채우지 못하고 내려간 게 65차례로 정확히 25%의 비율을 차지한다. 불펜 과부하를 야기해 경기 후반 승부가 뒤집히는 경우가 점점 잦아지고 있다. 여기에 전체적으로 좁은 스트라이크존도 타고투저를 부추긴다.
또 다른 감독은 공인구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공인구에 반발력을 키운 것이 아닌가 모르겠다. 일본에서도 이 문제로 말이 많았는데 우리도 반발력이 높은 공을 사용하는 것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우리나라는 통일구 대신 각 구단이 반발계수 기준치를 통과한 공을 선택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반발력 높은 공이 들어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실책 증가다. 올해 경기당 실책은 1.50개로 지난 2001년(1.55개)이후 가장 많다. 1999년에도 경기당 1.57개의 실책이 터져나왔다. 전반적인 수비 불안이 투수를 움츠러들게 하고, 득점 증가 현상으로 이어지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지금처럼 '핸드볼 스코어'가 속출한다면 질 낮은 야구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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