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 ERA 5.17' LG, 작년 불펜은 신기루였나?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05.08 07: 04

구성은 똑같다. 누가 나간 것도 아니고, 구위가 떨어지지도 않았다. 물론 나이는 한 살 더 먹었다. 하지만 아직 시즌 초반이다.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을 시기도 아니다. 지난해 리그에서 가장 두터웠던 LG 불펜이 신기루가 됐다.
LG는 7일 잠실 한화전서 끝까지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연장 11회 패배를 당했다. 7회까지 6-5, 1점차로 앞서고 있었으나, 8회초 허무하게 동점을 내줬고, 이번에도 연장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했다. 올 시즌 연장전 전적 1무 6패, 불안한 불펜으로 인해 연장만 가면 백기를 들고 있다.
연장만 가면 똑같다. 4월 10일 사직 롯데전에서 10회말 히메네스에게 끝내기 스리런포를 맞았고, 4월 13일 잠실 NC전에선 12회초 이호준에게 결정타를 허용했다. 4월 15일 잠실 넥센전도 11회초 상대에게 적시타 두 방, 4월 19일 대전 한화전에선 고동진에게 끝내기타, 4월 24일 대구 삼성전은 최형우에게 끝내기타를 맞았다. 2013시즌 철벽불펜을 앞세워 연장 없이 리그서 가장 많은 역전승(35승)을 거뒀던 것과 상반된다.

불펜 운용에서 극명한 차이가 난다. 지난해 LG는 경기당 4.52명의 투수를 기용, 리그에서 가장 투수를 많이 사용하는 팀이었다. 투수의 컨디션과 체력, 상대하는 타자와의 상성, 향후 일정 등을 치밀하게 계산해 불펜을 운용했다. 투수의 연습량 또한 매월 다르게 조절했다. 셋업맨 자리만 봐도, 시즌 초반에는 정현욱이 맡다가 중반부터는 이동현이 했다. 그러면서 LG 불펜은 리그 최다 홀드(86개) 세이브 2위(42개) 최저 평균자책점(3.40)을 기록했다.
올 시즌 타고투저 형상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LG는 경기당 4.37명의 투수를 마운드에 올리고 있다. 타자들이 강해졌고, 연장도 많이 치르고 있는데 투수 교체 빈도는 지난해보다 적다. 물론 투수를 많이 쓴다고 불펜 운용을 잘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과연 지난해처럼 치밀한 계산속에서 불펜이 돌아가고 있는지는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일단 개막전부터 이동현이 셋업맨을 맡았다. 그러나 이동현은 메커니즘 문제로 정상 컨디션을 찾는 시기가 5월 이후다. 포심 패스트볼을 던질 때 엄지손가락 손톱이 약지손가락 옆 부분을 찍어 누른다. 약지손가락에 굳은살이 생기는 시기가 5월 중순인데 그 때부터 구위와 제구 모두 안정적으로 이뤄진다.
2012시즌과 2013시즌 LG 투수진을 맡았던 차명석 투수코치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 시즌 초반에는 이동현을 셋업맨으로 기용하지 않았다. 시즌 초 이동현은 보다 편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렸고, 2012시즌 초반에는 유원상을, 2013시즌 초반에는 정현욱에게 셋업맨 역할을 맡겼다. 시즌 중반 이동현의 손가락이 완전해졌을 때 이동현을 셋업맨으로 기용했다.
마무리투수 봉중근 기용도 철저한 계산속에서 이뤄졌다. 좀처럼 세이브 상황이 나오지 않아 결장이 길어질 경우, 세이브 상황과 관계없이 봉중근을 마운드에 올렸다. 봉중근은 연투에는 강하지만, 등판 간격이 길 때는 흔들리는 모습이 잦았다. 지난 2년 동안 5일 이상 등판하지 않았다가 마운드에 오른 경기서 피안타율 2할대 이상을 찍었다. 반대로 이틀 연속 등판시 평균자책점 0.00 피안타율 1할5푼6리로 활약했다. 7일 잠실 한화전서 봉중근은 일주일 만에 등판했고, 10회초 실점하며 흔들렸다.       
사실 올 시즌 LG는 불펜진 뿐만 아니라 선발진 컨디션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한 채 개막을 맞이했다. 개막전 선발투수 후보였던 류제국과 코리 리오단이 초반 부진했고, 다섯 번째 선발투수로 활약했던 신정락은 4월 13일 말소된 후 퓨처스리그도 못나오고 있다. 아무리 뛰어난 투수가 많아도, 이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투수들이 정상 컨디션에서 마운드에 올라야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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