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가 톱스타 송승헌을 토크쇼로 끌어내는 월척을 건졌다. 송승헌은 영화 홍보를 위해 출연했지만, 정작 중요한 이야기는 별로 하지도 못했다. 대신 지인의 화장실 사고를 털어놓기도 하고, 자신이 여자들에게 생각만큼 큰 인기가 없는 이유를 반성하는 처량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야말로 너덜너덜해져서 돌아갔지만 대중과 가까이 소통하려는 진심은 시청자들에게 통했다.
영화 ‘인간중독’ 감독 김대우, 주연 배우 송승헌·조여정·온주완은 지난 7일 방송된 ‘라디오스타’에 출연했다. 이들이 출연한 목적은 영화 개봉을 앞두고 홍보를 하기 위함이 명백했지만 예상대로 영화 이야기는 뒷전이었다. 송승헌은 완벽한 몸매가 드러나는 꽉 끼인 의상을 입었다가 가슴팍이 보인다며 봉변을 당하며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또한 권상우와 함께 수년 전 클럽에서 즉석만남을 하다가 “누가 잘생겼느냐”는 말을 했다는 ‘라디오스타’ 작가의 폭로에 진땀을 뺐고, 부드러운 이미지와 달리 욱하는 성격이 있다는 폭로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여자들에게 자상하고 매력을 발산할 줄 아는 온주완의 내공에 깊이 진심으로 감탄해 짠한 매력을 부각시키기도 했고, 지인의 화장실 사고를 털어놓으며 웃음을 안기기 위해 노력했다. 데뷔 시절 굴욕적인 장면을 다시 해보라는 MC들의 읍소에 못이겨 여러차례 코믹한 표정과 몸짓을 반복하는 굴욕 아닌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국내를 넘어 아시아에서 톱스타로 군림 중인 송승헌은 이날 MC들의 공격에 어두운 기운이 엄습하기도 하고, 자신도 모르게 툭툭 튀어나오는 몹쓸 농담에 당황하기도 했다.

하지만 덕분에 그의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났던 것이 사실. 여기에서 ‘라디오스타’라는 토크쇼의 진가가 발휘된다. 이 토크쇼는 성역을 가리지 않는 날카로운 질문 세례와 MC들의 띄워주는 법 하나 없는 공격성 발언들이 출연하는 게스트들의 재담을 끌어올리는 구성 장치가 된다. 송승헌이 나왔으니 장동건, 원빈 등 토크쇼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톱스타들에 대한 짓궂은 농담을 하며 “억울하면 출연하라”라고 말할 수 있는 다소 용감한 토크쇼인 것.
스타들이 이곳에만 오면 언제나 굴욕을 당하고 숨겨둔 매력을 발산해 호감을 얻는 것은 이 같은 높은 곳에 있을 것 같은 이들이 친근하게 소통을 할 수 있는 토크쇼가 ‘라디오스타’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라디오스타’는 가벼운 이야기는 더 가볍게, 진중한 이야기는 재미를 더해 무겁지 않게 다루며 시청자들에게 가까이 가는 시청자 친화형 토크쇼로 사랑받고 있다.
7년 동안 방송되며 어쩔 수 없이 파괴력 있는 재미는 다소 떨어졌지만, 어떤 게스트가 나와도 중간 이상의 즐거움을 안기는 것은 물고 뜯는 구성이 스타들을 재발견하는 기회가 되는 강점이 있다. 덕분에 오랜 만에 토크쇼에 출연해 너덜너덜해진 송승헌도, 송승헌의 ‘줄줄이 사탕’이라는 농담 속에 출연해 제 몫을 다한 김대우 감독, 조여정, 온주완도 안방극장과의 소통에 성공하며 출연 목적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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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