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간중독' 임지연이 또 한번의 센세이션을 일으킬 신예로 탄생할 조짐이다. 첫 작품에서부터 파격적인 노출과 베드신, 이에 상응하는 감성연기에 도전하며 '송승헌의 그녀'가 된 임지연은 대중에게 '누구냐 넌'이라는 호기심을 심어줄 법 하다.
이런 임지연의 등장과 함께 자연스럽게 거론되는 배우는 지난 2012년 개봉한 '은교'의 김고은이다. 김고은과 임지연, 이 둘은 닮은 듯 다르다.
일단 '은교'의 은교(김고은)과 '인간중독'의 종가흔(임지연)은 남자의 금기된 욕망의 대상이 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은교'는 70세 노인과 17세 소녀, 그리고 노인의 제자 3명의 엇갈린 욕망 속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그들의 관계를 그린 영화. '인간중독'은 1969년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아내가 있는 엘리트 군인 김진평(송승헌)이 군 관사에서 부하의 아내 종가흔(임지연)과 벌이는 비밀스럽고 파격적인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인간중독'은 '은교' 보다 두 남자와 한 여자라는 3각 관계가 느슨한 편이다.
'은교'에서 은교는 죽음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 70세 노인의 공허한 마음에 불을 지피고, '인간중독'에서 종가흔은 승승장구하던 남자를 불륜으로 이끈다. 둘 다 남자의 삶을 파괴시키는 치명적인 매력의 여인이다.
하지만 은교가 소녀의 천진난만함과 꾸미지 않은 도발로 남자주인공과 관객들의 마음을 붙잡았다면, 종가흔은 남자를 들었다 놨다하는 대사와 행동으로 남자의 마음을 쥐고 흔든다. 은교가 의도치 않은 사랑스러움으로 남자를 자신의 포로로 만들었다면, 종가흔은 확언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의도가 있는, 그렇기에 더욱 거부 불가능한 매력으로 보는 이의 숨을 죽이게 만든다.
영화 개봉과 동시에 가장 관심을 모은, 메시지를 상징화하는 화제의 베드신에서도 그 모습이 다르다.
'은교'에서 은교가 이적요(박해일)의 재능을 질투한 제자 서지우(김무열)와 정사를 벌이는 장면은, 은교를 사랑하는 이적요의 관음적인 시선으로 표현돼 한 마디로 '고통'이었다면, 종가흔이 김진평과 마음을 넘어 몸을 나누는 모습은 '환희'다. 그렇기에 김고은의 베드신이 처절하게 날 것에 가까웠다면 임지연의 베드신은 보다 판타지에 가깝다.
김고은이 천의 얼굴이 가능한 도화지같은 느낌이라면, 임지연은 청순과 섹시를 겸비한 동서양의 조화를 이룬 마스크다. 허나 두 사람 모두 "전에 본 적 없는 느낌의 여배우"라는 공통점을 지녀, 앞으로 충무로를 맡길 만한 여배우로 성장한다는 데 희망을 걸어본다. 둘 다 마치 흐르는 물처럼 하나로 설명되거나 가둬지는 마스크가 아니어서 자꾸 시선을 고정시키고 관찰하게 만든다는 점도 같다. 둘 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이기도 하다.
김고은이 '은교' 이후 '몬스터', '협녀:칼의 기억' 등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를 통해 점차 연기파 여배우로 나아가고 있는 모습이라면, '인간중독'의 임지연은 하나의 아이콘이 될 만 하다. 스크린에서 그의 모습은 남자들 뿐 아니라 여자들까지 사랑에 빠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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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인간중독'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