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협정세계시(UTC : Universal Time Coordinated)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7시) 6개 대륙에 걸쳐 32개국 34개 지역에서 동시에 개최된 '윙스 포 라이프 월드 런(Wings for Life World Run)'이 수많은 기록을 내며 성공리에 마쳤다.
'윙스 포 라이프 월드 런' 대회는 척수 장애 치료 연구기금 마련을 위한 자선달리기 대회로 전 세계 참가자들이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출발하는 대회 규모와 방식으로 시작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더욱이 움직이는 결승선 역할을 하는 '캐처카'에 추월당하지 않고 가장 오래 달리는 최후의 1인을 선정하는 독특한 경주 방식으로 우승자가 달릴 최종 거리와 시간에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달린 선수는 에티오피아 출신의 르마워크 케트마였다. 오스트리아 도나우 강 지역에서 참가한 르마워크는 5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캐처카에 추월당하지 않고 78.57킬로미터를 달려 남자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여자 부문에서는 노르웨이 출신의 엘리스 셀르비크보크 몰비크가 54.79킬로미터로 1위를 했다.

1992년 제25회 바르셀로나 올림픽 영국 육상 국가대표이자 영국 BBC의 스포츠해설가로 '윙스 포 라이프 월드 런'의 글로벌 스포츠 디렉터를 맡은 콜린 잭슨은 "처음 열린 이 대회는 성공적이었다"라고 평가, "전 세계 참가자들은 '윙스 포 라이프 월드 런'의 흥미롭고 독특한 경주 방식에 벌써부터 다음 대회 참가를 약속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 사람 당 50달러씩 참가신청자 5만 110명 분의 참가비 전액과 별도의 기부금을 합친 300만 유로가 척수장애 치료연구 기금을 지원하는 '윙스 포 라이프' 재단에 전해졌다.
올해 처음 열린 제1회 '윙스 포 라이프 월드 런'는 각종 흥미로운 기록을 낳은 대회였다.
164개국 5만 110명의 신청자 중에서 91세의 최고령자를 포함한 실제 참가자 3만 5397명이 캐처카에 추월 당하기 전 까지 1인당 평균 14.99킬로 미터를 달렸다. 참가자중 233명은 마라톤 공식 거리인 42.195킬로미터를 달리기도 했다.
달린 시간대별 캐처 카에 추월 당하지 않고 살아남은 주자들의 숫자도 관심거리다. 대회 참가자들이 달리기 시작한 후 30분이 지나 15km의 속도로 출발한 캐처카에 따라 잡히지 않고 1시간 후까지 달린 참가자는 전체의 84%인 2만 9847명었으나, 2시간이 경과하면서 그 숫자는 급격히 줄었다. 2시간이 지나 17km로 속도를 높인 캐처카에 상당수 주자가 따라 잡혀 약 14%에 해당하는 5146명만이 남았다. 캐처카가 20km로 속도를 올린 3시간이 지난 후부터는 탈락자가 대거 속출했다. 327명만이 남았다. 한국시간으로 저녁 11시가 넘은 대회 시작 4시간 후. 캐처 카 앞에는 26명만이 남았다.
5시간이 지나자 한 편의 드라마 같은 경주가 이어졌다. 35km로 속도를 높인 캐처카는 무서운 속도로 주자들을 떨어뜨렸다. 마라토너의 평균 속도가 20km인 점을 감안하면 2배에 가까운 속도로 남은 주자들을 따라 붙었다. 남은 주자는 단 3명. 오트스트리아의 도나우 강 지역에서 참가한 르마워크 케트마가 같은 지역 코스에서 달린 우크라이나 출신의 예브게니 글리바를 제치면서 1만 1000킬로 미터 떨어진 페루 리마의 레미지오 후아만 퀴스페와의 본격적인 1위 경쟁이 펼쳐졌다. 해발 1500미터에 위치한 페루 리마에서 달린 레미지오는 강력한 우승후보로 예상됐으나 35km로 쫓아온 캐처카에 따라 잡히며 90미터 차이로 아쉽게 우승을 놓쳐 유투브와 텔레비전을 통해 경주를 지켜본 시청자들의 안타까운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는 각국 대회 홍보대사들도 함께 참여해 자선 기금 마련을 위한 취지에 힘을 보탰다. F1 드라이버 마크 웨버와 노르웨이의 스키 영웅 악셀 룬 스빈달을 비롯해 울트라 마라톤을 3회 우승한 이탈리아의 조르조 카루캇테라, 100km 울트라 마라톤 세계기록을 보유한 일본의 타카히로 수나다 등도 자선달리기에서 참가했다. 마크 웨버는 이 대회에서 28.36킬로미터를, 악셀 룬 스빈달은 28.22킬로미터를 기록했다.
윙스 포 라이프 재단 CEO인 애니타 게르하르터는 '윙스 포 라이프 월드 런'을 매년 진행할 예정이며, 내년 대회는 2015년 5월 3일에 개최할 것이라고 대회 직전 공식적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가 총감독을 맡아 전남 영암 F1경주장에서 대회를 준비했으나, 전남 진도 해상에서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대회가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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