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돌의 승부였다. 릭 밴덴헐크(29, 삼성)가 불을 던졌다면 채병룡(32, SK)은 돌을 던졌다. 나름대로의 장점으로 무장한 ‘서로 다른’ 직구의 정면 대결이 문학구장을 수놓았다.
밴덴헐크와 채병룡은 8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양팀의 시즌 6차전에서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두 선수 모두 어깨에 놓인 짐이 있었다. 밴덴헐크는 오른쪽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2군에 내려간 이후 이날 첫 등판이었다. 자신의 건재를 과시할 필요가 있었다. 채병룡의 부담은 더 컸다. 팀은 2연패에 빠져 있었고 특히 7일 경기에서 대역전패를 당함에 따라 분위기 반전이 절실했다.
요약하면 두 선수 모두 잘 던졌다. 비록 승패는 갈렸지만 밴덴헐크는 7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9탈삼진 무실점, 채병룡은 6⅔이닝 동안 116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1피홈런) 5볼넷 5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밴덴헐크는 올 시즌 최다 이닝 소화, 채병룡은 지난 4월 22일 문학 NC전 당시와 타이 기록이었다. 두 선수의 초반 투수전은 경기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핸드볼 스코어’가 난무하는 최근 프로야구에서 보기 드문 투수전이었다.

직구의 힘이 그 원동력이었다. 그리고 그 직구는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밴덴헐크는 150㎞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지는 전형적인 파워피처다. 어깨 통증에서 벗어났고 힘이 충분히 비축되어 있었던 이날은 그런 강점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반면 채병룡은 공의 힘을 주무기로 삼는 리그의 대표적인 투수다. 140㎞ 초반대의 구속 이상의 묵직함이 있다. 제구도 뛰어나다.
밴덴헐크는 그간 못 던진 한을 풀기라도 하듯 1회부터 150㎞가 넘는 직구를 연달아 던졌다. SK 타자들의 방망이가 연신 늦었다. 1회 조동화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은 공은 156㎞, 3회 허웅과 5회 한동민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은 공은 각각 155㎞가 찍혔다. 문학구장의 스피드건이 타 구장보다 2~3㎞ 정도 후하다는 것을 고려해도 불같은 강속구였다.
이런 밴덴헐크의 강속구는 빠른 공을 잘 치는 선수들이 많은 SK 타선에도 버거웠다. 워낙 공이 빨라 간간히 섞는 슬라이더도 위력을 발휘했다. 경기 중반 이후에는 제구가 잘 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어쨌든 볼넷은 단 하나밖에 내주지 않으며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펼쳤다. SK의 두 차례 희생번트 작전을 저지한 것도 빠른 공의 위력이 있었다. SK 타자들이 밴덴헐크의 강속구에 좀처럼 번트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채병룡의 직구도 위력이 있었다. 자로 잰 듯한 정교한 제구력으로 스트라이크존의 안쪽과 바깥쪽을 파고 든 직구에 삼성 타자들을 좀처럼 방망이를 내밀지 못했다. 최고 구속은 143㎞에 그쳤지만 힘이 있어 멀리 뻗지도 못했다. 여기에 슬라이더와 너클볼, 커브로 적절하게 완급조절을 하며 삼성 타선을 효율적으로 봉쇄했다. 비록 6회 최형우에게 던진 투심패스트볼 실투 하나가 승리 조건을 날리기는 했지만 충분히 인상적인 투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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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