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요정’ 박석민, 쐐기포는 덤이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5.08 21: 08

작전 이해도, 집중력, 예측 능력, 그리고 완벽한 포구와 송구까지. 박석민(29, 삼성)의 수비가 빛났다. 달아나려는 SK의 발목을 잡는 두 차례의 완벽한 번트 수비가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쐐기포는 덤이었다.
박석민은 8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선발 라인업에 복귀했다. 6일과 7일 경기에서는 눈 다래끼 증상으로 대타로만 출전했던 박석민이지만 이날은 부상 정도가 많이 회복됐다는 판단 하에 선발로 나섰다. 그리고 박석민은 선발 복귀전에서 거대한 영향력을 선보였다. 특히 두 차례의 결정적인 번트 수비가 그랬다.
SK는 이날 경기 초반 두 차례의 기회를 잡았다. 3회와 4회였다. 2회까지 완벽한 투구 내용을 선보였던 선발 릭 밴덴헐크가 선두타자를 내보냈다. 이에 SK의 선택은 희생번트였다. 나름대로의 근거가 있었다. 0-0이었다. 선취점이 필요했다. 밴덴헐크의 구위가 좋다는 것을 고려하면 선취점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했다. 타자 상황도 그랬다. 3회는 8번 신현철이었다. 득점권에 내보내는 게 확률적으로 좋은 승부였다. 4회는 ‘번트의 대가’ 조동화였다. 믿음감이 있었다.

그러나 SK는 두 차례의 희생번트 상황이 모두 병살로 이어지며 초반 흐름을 완전히 잃었다. 박석민이 가로막았다. 두 차례 모두 번트를 확신한 박석민은 과감한 대시로 병살 플레이의 기반을 놨다. 3회는 신현철의 타구가 3루 쪽으로 다소 강하게 구르자 망설임없이 2루를 선택했다. 타자 신현철도 1루에서 아웃되는 병살타였다.
4회 수비는 더 좋았다. 역시 번트를 예상한 박석민은 조동화가 번트 모션을 취하자마자 맹렬하게 홈으로 들어왔다. 조동화의 번트가 약간 뜨긴 했지만 홈 플레이트에서 약간 벗어난 정도였다. 파울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미 스타트를 끊은 박석민은 어느새 홈 플레이트 근처까지 와 있었다. 땅에 떨어지기 전 침착하게 공을 잡은 박석민은 1루로 던져 또 한 번의 병살 플레이를 완성시켰다.
초반 위기를 넘긴 삼성은 0-0으로 맞선 6회 최형우의 2점 홈런으로 드디어 0의 균형을 깼다. 마운드에서 밴덴헐크가 강속구로 SK 타선을 윽박지르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7회 이후 리드시 132연승의 철옹성을 자랑하는 불펜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승기를 잡는 순간이었다. 결국 이는 박석민의 중요한 번트 수비 두 개를 더 가치 있게 만들었다.
수비에서 기분을 낸 박석민은 타석에서도 6회 2루타를 뽑아낸 것에 이어 2-0으로 앞선 8회 1사 1루에서는 진해수를 상대로 좌측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시즌 3호)을 터뜨리며 SK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팀은 5-0으로 이기며 5연승과 함께 주중 3연전 싹쓸이의 신바람을 냈다. 공·수 양면에 걸친 박석민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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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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