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 툴로위츠키가 생각납니다."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펼쳐진 8일 사직구장. 롯데는 마운드가 무너지며 홈런 6개를 헌납, 6-15로 대패했지만 주전 유격수 문규현의 방망이는 여전히 뜨거웠다. 3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한 문규현은 타율이 3할3푼7리까지 치솟았다.
경기가 끝난 뒤 롯데 구단 관계자는 문규현의 성적을 보며 농담삼아 "트로이 툴로위츠키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콜로라도 로키스 주전 유격수 툴로위츠키는 현재 타율 4할1푼4리에 9홈런 31타점으로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다. 출중한 수비에 올해는 시즌 초반 타격까지 터트리며 콜로라도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공수를 모두 겸비한 툴로위츠키는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유격수라고 해도 모자라지 않다.

이 관계자가 문규현과 툴로위츠키를 직접 비교한 건 결코 아니다. 유격수임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타격행진을 벌이고 있는 문규현에 대한 놀라움을 최고의 찬사를 담아 표현한 것이다. 그만큼 문규현은 지금 반전 드라마를 써내려가고 있다.
작년 주전경쟁에서 밀리며 타율 2할3푼8리 6타점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던 문규현은 올해 확 달라졌다. 타율 3할3푼7리(89타수 30안타)로 타격 12위를 달리고 있는데 벌써 작년 안타 개수(24개)를 넘어섰다. 게다가 선구안까지 좋아지면서 15개의 볼넷을 얻어내며 출루율 4할3푼3리를 기록 중이다. 덕분에 문규현은 OPS .837로 데뷔 후 가장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타율 3할3푼7리는 9개 구단 유격수들 가운데 가장 높은 성적이다.
타격이 잘 되면서 수비까지 안정을 찾은 문규현이다. 비록 8일 경기에서 올해 두 번째 실책을 저지르기는 했지만 연일 호수비를 펼치면서 롯데 내야진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문규현이 유격수 자리에서 중심을 잡아주자 롯데 내야는 빠른 속도로 안정되고 있다.
그래도 가장 놀라운 건 문규현의 타격 성적이다. 김시진 롯데 감독조차 "작년에 비해 타율이 1할 이상 올랐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박흥식 타격코치는 "문규현이 타격 자세도 조금 바꿨지만 무엇보다 하체가 강해지면서 선구안도 좋아지고 집중력도 확 올라갔다"며 최근 활약의 비결을 짚었다.
올해 문규현의 타격자세를 보면 일단 극단적인 오픈스탠스로 친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오른발은 홈플레이트 가까운 쪽에 두고, 왼발은 홈플레이트에서 멀리 떨어트려서 투수가 볼 때는 몸을 열고 있는 자세다. 이 타격 자세는 시야가 넓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대해 문규현은 "원래 타석에 바짝 붙어서 치는 편인데 오픈스탠스로 하면서 공을 좀 더 오래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문규현이 타격을 할 때 주목할 곳은 바로 왼다리다. 문규현은 공을 기다리며 왼다리를 살짝 들었다가 공을 치지 않으면 무릎을 위로 올리면서 리듬을 탄다. 공을 하나씩 볼 때마다 이와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데, 올해 들어 공을 많이 보고있는 문규현이기에 마치 호쾌한 탈춤을 추는 것만 같다.
문규현은 웃으면서 "나름대로 타이밍을 잡기 위한 방법이다. 올 시즌 초반부터 하고 있는데 이렇게 하면서 타이밍이 맞는다는 느낌이다. 잘 되고 있으니 지금 하는 걸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 여름, 문규현은 여름동안 뜨거운 타격을 선보이며 '문대호'라는 별명을 얻었다. 올해는 거기에서 더욱 진화해 시즌 초반부터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과연 올 시즌 내내 지금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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