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께 죄송할 따름이다.”
벌투 논란은 감독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지난 7일 목동 NC-넥센전. 넥센은 NC에 5-24로 대패했다. 선발 문성현이 2이닝 10피안타(3홈런) 12실점으로 무너졌고 두 번째 투수 윤영삼은 4이닝 11피안타(3홈런) 12실점을 기록했다. 윤영삼에 대한 벌투 논란이 제기됐다. 통산 첫 등판이었다. 윤영삼은 4이닝 동안 93개의 공을 던지며 12실점했지만 교체되지 않았다. 경기는 강우콜드로 끝났다.

8일 목동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염경엽 감독은 “팬들께 죄송할 따름이다. 스스로도 자존심이 상하는 경기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염 감독은 “일부 언론에서 벌투 논란이 나왔다는 뉴스를 봤다. 하지만 벌투는 없다”고 강조했다.
염 감독은 “(윤)영삼이를 계속 던지게 한 이유는 영삼이가 해야할 임무였기 때문이다”며 “어떤 감독이든지 첫 등판에서 좋은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지만 영삼이는 롱릴리프 임무를 하려고 1군에 올라온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아픈 경험이지만 도움이 됐을 것이다. ‘영삼이도 많이 맞았지만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실제 염 감독은 나이트를 컨디션 회복 차원에서 1군에서 말소하고 윤영삼을 1군에 올리면서 “영삼이가 캠프까지 따라다니며 열심히 했다. 롱릴리프로 점검할 생각이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그 경기가 4-25 대패의 경기가 됐다.
염 감독은 “제가 시즌을 준비하며 예상했던 경기 가운데 하나였다”고도 담담하게 말했다. “당장의 1승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즌 막판에 가서 팀과 팬 여러분, 내가 원하는 성적을 내야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은 루틴대로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감독이 책임지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기울어진 경기를 붙잡기 위해 무리할 경우 시즌 전체가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이날 상대팀 김경문 NC 감독도 “어제 경기로 끝나는 게 아니라 (9연전 가운데)4연전이 더 남아있다”며 “감독으로서는 경기가 남아 있으니까 투수를 맘껏 쓰지 못한다.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이겨야 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벌투 논란은 감독의 숙명일지 모른다. 넥센처럼 선발진이 두껍지 못한 팀은 이 논란에서 더 자유롭지 못하다. 선발이 대량실점으로 쉽게 무너졌을 때 필승조를 투입할 수 없는 프로 감독은 내일 이후의 경기를 대비해야 한다. 시즌은 길다. 안 되는 경기에 올인하면 연패는 길어지고 시즌은 끝이 난다.
넥센은 5-24 대패 이후 9일 경기에서 NC를 4-3으로 이겼다. 불펜 필승조 조상우가 3실점으로 부진했지만 한현희와 손승락이 호투하며 팀 승리에 발판을 놨다. 하루 만에 악몽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5-24 대패 경기에서 투수진 소모를 최소화시킨 덕분이다.
rainshin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