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는 항상 좌완투수가 부족한 팀이었다. 지난해 유희관의 등장으로 좌완 선발에 대한 갈망은 해결했지만, 이렇다 할 왼손 불펜투수는 없었다. 지난 시즌 두산의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는 좌완투수가 단 1명이었는데, 그 1명은 선발요원인 유희관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상무에서 돌아온 이현승이 필승조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이미 우완 셋업맨으로 윤명준과 정재훈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 이현승과 사이드암 오현택까지 최근 좋은 피칭을 하고 있어 두산은 승부처에서 다양한 유형의 투수를 번갈아 활용 가능해졌다.
사실 이현승은 시즌 초반 좋지 못했다. 4월 중 8경기 연속으로 자책점을 허용하지 않은 기간이 있었음에도 이현승의 4월 평균자책점은 6.14로 높았다. 2011년 이후 처음 밟은 1군 무대에서 이현승은 좌타자들을 상대로도 쉬운 승부를 펼치지 못했다.

그러나 4월 27일 마산 NC전에서 ⅔이닝 1실점한 뒤부터 이현승은 4경기 4⅔이닝 동안 실점 없이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이 4경기에서 이현승은 볼넷과 몸에 맞는 볼 없이 피안타를 단 1개만 허용했고, 삼진은 4개 잡는 등 자신의 페이스를 찾는 모습을 보였다. 8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5개의 아웃카운트를 자신의 손으로 만들며 가장 효과적인 투구를 한 투수로 인정 받아 시즌 첫 승도 거뒀다.
좌완 불펜이 없는 두산의 갈증을 해결해주고 있는 이현승의 등장으로 두산 불펜의 필승조는 점점 탄탄해지고 있다. 정재훈이 최근 등판에서 난타당하며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윤명준은 가장 믿음직스런 셋업맨으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마무리 이용찬은 등판 기회가 적었을 뿐, 투구 내용은 안정적이었다.
두산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도 좌완 불펜투수 부족으로 인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스프링캠프부터 이현승과 함께 정대현과 허준혁, 여정호 등을 놓고 저울질 한 두산은 LG와의 개막 2연전 이후 이현승에게 가장 많이 기회를 줬다.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이현승은 선발투수들의 부진으로 팀이 힘들어진 최근에 힘을 내며 팀이 원하던 기대치를 충족시켜 가고 있다.
집중타를 맞은 경기들이 있어 평균자책점은 아직까지 4.09로 좋지 않지만, 불펜투수에게 중요한 기록인 WHIP은 1.18로 점차 안정되고 있다. 지난 7일 1군에 복귀한 최병욱이 2이닝을 막는 롱릴리프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줘 이현승은 앞으로 더욱 필승조에서 중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직 3연전에서 롯데 타선에 35점을 내주기는 했지만, 이현승의 활약은 두산에게 새로운 위안이 되고 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재활을 거쳤기에 스스로도 초반보다는 5~6월 이후가 더 좋을 것이라 전망했던 이현승의 호투 행진은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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