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본좌와 상큼발랄한 20대 여배우의 만남. 기대 이상이다. 특히 드라마의 전개에 따라 함께하는 장면이 늘어난 김명민과 박민영은 차진 호흡을 보여주며 나이를 뛰어넘은 케미스트리를 자랑, 드라마 ‘개과천선’의 재미와 관심을 높이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개관천선' 4회에는 기억상실 후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김석주(김명민 분)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의문의 사고 후 기억을 잃고. 성격에 가치관까지 판이하게 달라진 석주는 승소만을 위해 각박하게 살아온 자신의 삶에 위화감을 느꼈다.
석주는 뛰어난 인지능력으로 업무와 관련된 내용을 줄줄이 외우면서도,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는데 분노하고 불안해했다. 개를 키우고 있는 건지 키웠던 건지, 노트북 비밀번호는 대체 무엇인지. 차는 또 어디에 주차를 해 뒀는지. 기억나지 않는 사소한 모든 것이 석주를 예민하게 만들었다.

이런 석주가 마음을 터놓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지윤(박민영 분) 뿐. 지윤은 로펌 정식채용을 조건으로 석주의 보좌를 맡게 됐지만, 악마 같았던 석주가 하루아침에 기억을 잃고 로펌에서 위치가 흔들리자 이를 안타깝게 지켜보며 곁에서 그를 도왔다.
특히 석주는 태진건설 인수 건에 무섭도록 몰입하면서도 “적응이 되나. 이 펌의 분위기?”라고 지윤에게 질문, 3주가 지나니 적응이 됐다는 지윤의 답변에 “3주 후에 잘리지 않는다면 나도 자네만큼은 적응하겠군”이라고 전에 없던 두려움을 내비쳐 지윤의 걱정을 샀다.
다행히 석주는 태진건설 인수건을 성공리에 마무리하며 자신의 명성을 지켰지만, 자신에게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는 정혜령(김윤서 분)의 등장에 충격을 받았다. 두 사람을 지켜보는 지윤 역시 당황해선 안절부절 못해 다음 회의 전개에 궁금증을 높였다.
이날 김명민은 사고 후 기억상실에 빠진 주인공의 초조하고 불안한 심리상태를 섬세하게 표현해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여기에 모든 사람을 경계하면서도, 박민영과는 티격태격하는 아이 같은 모습으로 웃음을 유발했다. 박민영은 진이한을 향한 짝사랑을 깜찍하게 연기, 밝고 씩씩한 모습으로 긴장감의 연속인 드라마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회를 거듭할수록 매끈해지는 김명민과 박민영의 호흡은 '개과천선'을 수목극 강자로 등극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개관천선'은 '골든타임'을 집필한 최희라 작가와 '스캔들', '보고싶다' 등의 박재범 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거대 로펌 에이스 변호사인 김석주(김명민 분)가 우연한 사고로 기억을 잃은 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참된 변호인으로 탄생하는 과정을 그린 휴먼 법정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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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개과천선'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