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한 채병룡, ‘5선발’ 꼬리표 사라졌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5.09 13: 01

선발 로테이션에는 순서가 있다. 보통 가장 믿을 만한 선수가 앞쪽으로, 그리고 조금은 믿음이 떨어지는 선수가 뒤로 밀린다. 5선발 자리가 가장 많이 바뀌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SK의 시즌 초반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오히려 5선발이 앞쪽 순번을 제치고 든든한 믿음을 주고 있다. 채병룡(32, SK)의 꾸준함은 SK 선발진을 지탱하는 하나의 힘이다.
채병룡은 올 시즌 7경기(선발 6경기)에서 2승3패 평균자책점 3.57을 기록하고 있다. 선발 6경기로만 따지면 평균자책점이 3.60이다. 전지훈련 당시 치열한 경쟁을 거쳐 5선발 자리를 따낸 채병룡이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자 SK 선발진에서 가장 순항하는 선수로 손꼽힌다. 요약하면 꾸준하다. 기록이 아주 빛나는 것은 아니지만 SK 선발진에서는 더없이 소중한 선수로 평가받는 이유다.
기록에서도 이런 채병룡의 가치는 잘 드러난다. 올 시즌 SK의 선발 로테이션을 탈 없이 지키고 있는 선수는 ‘에이스’ 김광현과 채병룡 뿐이다. 울프는 부상으로 3경기 출전에 그쳤고 윤희상도 불의의 부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걸렀던 기억이 있다. 조조 레이예스는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친다. 평균자책점이 5.79에 이른고 1승밖에 따내지 못했다. “채병룡이 없었다면 어쩔 뻔했나”라는 한숨이 여기저기서 들리는 이유다.

꾸준함이 가장 큰 무기다. 올 시즌 SK의 선발 투수들은 조기 강판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다들 5이닝을 채우지 못한 경험들이 한 번씩은 있다. 김광현 1번, 울프 1번, 윤희상은 사실상 1번, 레이예스가 2번이다. 그러나 채병룡은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 6번의 선발 등판에서 모두 5이닝 이상을 던졌다. 급격하게 무너진 경기도 없었다. 4점 이상을 내준 경기는 한 경기에 불과했다. 세 차례가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였다. 김광현과 함께 팀 내 최다다.
지난해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겨울에 흘렸던 굵은 땀방울이 빛을 보고 있다는 평가다. 채병룡은 올해 전지훈련에서 가장 많은 훈련량을 소화한 투수 중 하나로 손꼽힌다. 구속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자신의 장점인 제구력과 공끝을 살리기 위한 노력에 매진했다. 한편으로는 너클볼이라는 새 구종을 연마하는 등 변화에도 힘썼다. 그 결과 올해는 확실히 공이 좋아졌다. 35⅓이닝에서 탈삼진이 31개다. 제구력이 좋다 하더라도 기본적 구위가 없으면 힘든 일이다.
8일 문학 삼성전에서도 이런 채병룡의 상승세는 빛났다. 제구가 간혹 흔들리는 경우는 있었지만 직구와 슬라이더 조합으로 6⅔이닝 2실점 호투를 펼쳤다.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패전의 멍에를 썼지만 2008년 이후 한 경기 최다인 116개의 공을 던지면서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이제는 누구도 채병룡에게 ‘5선발’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채병룡이 자신의 앞에 달려 있던 숫자를 스스로의 힘으로 바꿔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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