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LG, 진짜 책임질 사람은 누군가?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05.09 06: 04

공든 탑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 페넌트레이스 2위를 차지하며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달성했던 LG가 최하위에 박혀있다. 작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김기태 감독이 자진사퇴라는 강수를 뒀으나 김 감독 사퇴 후 5승 9패로 더 추락했다. 김 감독의 결정은 악수가 되고 있다.
당연히 일차적인 책임은 김 감독에게 있다. 계약 기간을 남겨놓고 스스로 지휘봉을 버렸고, 그로인해 팀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모두 여전히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중이다.
감독마다 사단을 구축하고 있는 프로야구 특성상, 새 감독이 선임되면 코치들은 알아서 옷을 벗어야한다. 내부 승격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올 시즌은 현상유지로 가겠지만, 시즌 후에는 감독이 누구를 코치로 데려올지, 구단은 어떤 선택을 할지 아무도 모른다. 선수들도 자연스레 감독 선임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붙박이 주전 선수가 아니면,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을 새 감독과 코치의 지도방향에 맞춰야한다. 

이러한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프런트가 나서야한다. 감독과 계약하고 코치를 선임하는 최종 결정권은 프런트에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이 자진사퇴한지 16일이 지났는데도 LG 프런트는 어정쩡하다. 프런트의 현장 책임자인 백순길 단장은 이런저런 설을 반박하기만 한다. 여기저기 눈치만 살핀다.
그렇다고 지극히 현장을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프랜차이즈 슈퍼스타가 대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음에도 KBO와 심판진에 미리 이야기하지도 않았다. 결국 대기록을 축하할 시간은 10여초 밖에 안 됐다. 심판은 물론 기록을 달성한 선수 본인도 당황했다. 팀이 어수선한 상황이라서 이벤트를 간소화하기로 했다면, 상식적으로 선수에게 먼저 공지했어야했다.
2011년부터 LG 트윈스를 맡은 백 단장은 “현장에 힘을 실어주겠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하곤 했다. 자연히 LG 프런트의 모토도 ‘현장 위주의 운영’이었다. 그런데 앞과 뒤가 달랐다. 사건사고가 터지면 김기태 감독이 나오고 백 단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012년 6월 22일 봉중근이 소화전을 치고 손등이 골절됐을 때, 2012년 9월 12일 신동훈 대타 사건, 2013년 5월 26일 임찬규 물벼락 사건, 2013년 9월 8일 레다메스 리즈 몸에 맞는 볼 사건 모두 김기태 감독이 언론에 사과를 표했다.
현장의 요청을 묵살하는 경우도 잦았다. 2012시즌이 끝난 후 김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후반기 부진했던 벤자민 주키치의 교체를 요청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부족한 포지션을 메우기 위해 코치들이 타구단 코치들과 트레이드 카드를 맞췄음에도 이를 외면했다. 2013시즌 현장은 물론 팬들이 그토록 염원했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뤘는데 선수단 연봉인상, 우승 도전을 위한 전력강화는 미미했다. 김 감독이 강력히 요청했던 차명석 투수코치와의 계약도 차 코치에게 확실한 조건도 묻지 않으며 성립되지 않았다. 
현장을 파탄직전까지 몰고 간 적도 있었다. 2013년 5월 LG가 급격히 추락하자 현장간섭은 극에 달했다. 이와 동시에 김 감독을 대체할 감독을 수소문하고 다니기도 했다. 그러나 2013시즌 LG가 반등에 성공하자 없던 일이 되었다.
백 단장은 최근 감독 선임과 관련된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나오자 특정 인물을 지목해 그가 LG를 망치기 위해 루머를 유포하고 있다고 성을 낸다. 덧붙여 그에 대한 근거 없는 소문까지 넣어 인성을 깎아내린다. 2011년 가을, 모 코치가 누명을 쓰고 팀을 떠났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알 사람들은 다 안다. 코치들도, 선수들도, 프런트 직원들까지 누가 이 사태를 책임져야할지 인식하고 있다. 대중에 덜 알려졌다고, 그래서 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커다란 착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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