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4번타자 김태균(32)에게 볼넷을 거스를 수 없는 운명처럼 보였다. 2012년 1위(82개) 2013년 2위(73개)로 무수한 볼넷을 골라냈다. 워낙 선구안이 뛰어난 타자이기도 하지만, 상대팀 배터리는 김태균과 굳이 승부하려 하지 않았다. 앞뒤 타자들이 위협적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 김태균에게 어느 순간 볼넷이 사라졌다. 김태균은 올 시즌 볼넷 17개로 이 부문 공동 10위에 랭크돼 있다. 하지만 최근 6경기에서는 볼넷이 단 1개도 없다. 지난달 20일 대전 LG전이 마지막 볼넷을 얻은 경기. 최근 8경기 34타석 동안 볼넷이 1개 뿐이다.
오히려 이 기간 동안 김태균은 방망이를 적극적으로 휘두르고 있다. 최근 8경기에서 30타수 15안타로 타율이 무려 5할. 2할7푼3리였던 시즌 타율은 3할5푼3리까지 올랐다. 리그 전체 6위. 특히 최근 5경기 연속 2안타 이상 멀티히트로 불방망이를 과시하고 있다.

김태균은 "상대 투수들이 언제 볼넷을 줬는지 모를 정도로 투수들이 승부를 피하지 않는다. 타석에서 집중할 수 있게 된다"고 변화를 설명했다. LG와 3연전에서 안타 7개 중 5개가 2구 이내 적극적인 타격으로 나온 것이다. 그 중 2개는 초구를 공략한 안타였다.
가장 큰 변화는 앞뒤로 강한 타자들이 가세했다는 점이다. 앞으로는 이용규·정근우, 뒤로는 펠릭스 피에가 김태균을 에워싸고 있다. 특히 피에가 5번 타순에 자리한 지난달 20일부터 김태균의 볼넷이 줄고 적극적인 타격이 많아졌다는 점이 두드러지는 변화다.
김태균도 "용규랑 근우가 앞에 있어 좋은 찬스가 많이 생기고 있다. 뒤로도 피에가 있어서인지 상대가 더 이상 피하지 않는다. 이제 좋은 승부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김태균을 볼넷으로 피해도 뒤에 자리한 피에가 있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승부를 해야 한다.
최근 5경기 연속 멀티히트 포함 8경기 연속 안타로 감을 끌어올리고 있는 김태균이지만, 왼손 타박상과 봉와직염으로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다. 그래서 "아직 마음에 드는 스윙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환경은 좋아졌다. 최상의 컨디션을 찾을 때 김태균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있는 장타쇼도 그리 머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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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