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쓰리데이즈'에는 선이었다 악이 되고, 악인줄 알았는데 사실 선인 등장 인물들이 여럿 등장한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악인 인물이 있다. 바로 배우 최원영이 분한 김도진이다.
이처럼 최종 보스 도진을 인터뷰 하기 전, 최원영에 대한 이미지가 있었다. 냉정하고 빈틈없고, 찔러도 피 한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꽤 이른 아침 만나본 최원영은 그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동료 배우 박유천을 이야기하며 "아시아의 스타"라고 너스레를 떠는가하면, 곧 아빠가 된다고 이야기하자 "공부는 잘 할 필요가 없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도진은 없고 인간 최원영이 있었다.
그런 그에게 '쓰리데이즈' 종영 소감을 물었더니 "안 죽고 살아나서 다음 시즌에 나타나면 어떨까"하는 엉뚱한 답이 돌아왔다. "정말 죽었을까요?"하는 의문도 함께.

"좋은 선배님들 많이 만나서 즐겁게 작업했어요. 좋은 감독님 밑에서 열심히 잘 하는 스태프들과 같이 작업해볼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아쉬움이 크죠. 시즌제로 시즌2가 나온다면 안 죽고 나타나겠죠?(웃음) 사실 저는 엔딩에 대해서도 정말 죽었을까하는 의구심을 가지기도 했어요."
극 중 최원영은 도진을 매력적인 캐릭터로 재탄생시켰다. 극이 진행되면 될수록 도진의 존재감은 커졌고, 시청자들은 최원영에게 집중했다. 그에게 캐릭터 표현에 대한 칭찬을 건넸더니 금세 "감사하다"는 인사가 돌아왔다.
"역할이나 캐릭터상 보여지는 면모가 그런 거죠. 주인공의 이야기잖아요. 관심을 가져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해요. 맡은 역할에 대해 역할 창조를 해야하는 게 저희 임무잖아요."

도진이 이처럼 매력적 악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사실 구구절절한 사연 같은 건 가지고 있지 않은 밑도 끝도 없는 악이었기 때문이다. 쉽게 이야기하는 이유 있는 악역이 아니었기에 더욱 시청자들의 뇌리에 강렬하기 남았다.
"매칭이 되려면 악역에 대한 타당한 이유가 있어줘야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거기에 입각해서 볼 수 있는데, 사실 도진은 겉도는 느낌이 들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있었어요. 그런 장치들로 인해 캐릭터가 단단해지는 면모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것들이 다 등장하면 전체 그림이 틀어질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 때는 저만 아는, 배우들만 아는 설정을 깔고 가는 거죠. 근데 도진은 또 신선한 맛이 있었잖아요. 히어로물에서 볼 수 있는 밑도 끝도 없는 악역?"
그런 도진과 반대에 선 인물은 대통령 이동휘와 그의 경호원 한태경이었다. 두 사람을 연기한 손현주와 박유천은 드라마 내내 최원영과 붙으며 연기 대결을 펼쳤다. 그는 손현주에 대해 "얄미운데 멋진 배우"라고 표현했고, 박유천은 "아시아의 스타고 워낙 다른 분"이라는 너스레를 떨었다.
"손현주 선배는 워낙 대가고 고수이시죠. 남녀노소 나이 불문하고 좋아하는 배우고 신뢰를 받는 연기자잖아요. 얄밉기도 해요. 흠이 없잖아요. 유천이는 본인이 갖고 있는 감정이나 집중도가 좋은 것 같아요. 현장에 팬분들이 따라다니니까 아시아의 스타라고 매번 상기하기도 했죠(웃음)."
사실 '쓰리데이즈'는 대세 중의 대세인 SBS 수목극으로서 방송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던 작품. 그러나 장르물이라는 특성상 10%초반대의 시청률로 만족해야만 했다.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긴 했으나 분명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김은희 작가님 작품을 챙겨보며 '이런 이야기를 해?'하고 감탄했던 기억이 있네요. 그래서 '쓰리데이즈'에 대한 기대도 굉장히 많았던 것도 사실이고요. 배우들도 대본을 보며 탄탄한 스토리와 반전에 놀라워했어요. 물론 드라마 밖에서 떨어져서 객관화시켜 보시는 시청자 분들에겐 어떤 아쉬운 부분도 있으셨겠죠. 전 그런데 그 안에 있어서 그런지 이상하다는 느낌은 없었거든요. 어떤 환경적 문제들이 있었겠지만 그걸 완벽히 해결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솔직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아쉬우면서도 '쓰리데이즈' 만큼은 최고였다는 자부심도 있었다.
"물론 아쉽죠. 시청률에 연연하거나 거기에 구애를 받았다고 말은 안 하지만 다들 고생해서 열심히 하는 건데 이왕이면 좋은 호응과 사랑을 받으면 좋잖아요. 하지만 장르물의 시도가 갖는 의미나 한 단계 진보한 의미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성공이라고 말하긴 뭣하지만 성장이라는 의미요."
아내 심이영은 '쓰리데이즈' 속 최원영을 어떻게 봤을까. 서로의 연기를 냉정하게 평가할 것만 같은 이 배우 부부에겐 오히려 드라마는 드라마였다. 아내 심이영은 그 속에 감정 이입을 하기도 하고 악역인 도진 대신 남편 최원영을 향해 원망의 말을 하기도 했다.
"드라마를 같이 보기도 했어요. 둘 다 연기하는 사람이니까 자연스럽게 봤던 것 같아요. 같은 연기하는 사람이니 마음속에서 긴장감, 창피함. 자극도 됐죠. 드라마 보면서 저한테 '몹쓸 인간'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전 아내에게 '그런 사람이랑 살고 있는 거야'라고 해줬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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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