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투저 시대에 좀처럼 보기 드문 명품 투수전이었다. KIA 양현종(26)과 한화 이태양(23)이 승패를 떠나 오랜만에 명품 투수전을 벌이며 한밭벌을 달궜다. 타고투저 시대를 비웃는 듯한 선발 맞대결이었다.
9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KIA-한화의 시즌 3차전. KIA 선발 양현종과 한화 선발 이태양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리그 대표 에이스로 위력을 떨치고 있는 양현종에게 아직 프로에서 승리가 없는 5년차 유망주 이태양이 도전장을 던지는 형국. 양현종의 호투는 어느 정도 예상됐으나 이태양의 호투는 기대를 훨씬 뛰어넘었다.
지난해보다 볼 스피드가 눈에 띄게 향상돼 파워피처로 거듭난 이태양은 KIA 타선을 맞아 힘으로 정면승부했다. 191cm 장신에서 최고 147km 직구(55개)를 쉴새 없이 내리꽂았다. 140km대 중반의 강속구가 포수 미트에 펑펑 들어가자 KIA 타자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결정구로 섞어 던지는 포크볼(20개) 슬라이더(25개)도 위력적이었다. 여기에 커브도 2개를 가미하며 투구 패턴을 다양하게 가져갔다.

1회를 삼진 1개 포함 삼자범퇴로 막은 이태양은 2회 내야 안타와 실책으로 무사 2루에 몰렸지만 후속 타자들을 범타와 견제사로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3회에도 연속 삼진 2개로 삼자범퇴한 이태양은 4~5회 안타를 1개씩 맞았지만 실점없이 막았다. 6~7회에도 연속 삼자범퇴.
올해 한화 선발투수로는 처음으로 8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이태양은 안치홍에게 3루 번트 안타, 이종환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1사 1·2루에서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하지만 7⅓이닝 4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 프로 데뷔 최다 투구이닝 및 최다 탈삼진으로 포효했다. 평균자책점도 4.50에서 2.95로 낮췄다. 투구를 마친 후 마운드를 내려가는 이태양에게 대전구장 관중들은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그러나 이태양은 웃지 못했다. 9회 최영환이 역전 투런 홈런을 맞아 승리가 날아갔기 때문이었다. 한화 타선이 양현종에 막혀 추가점을 내지 못한 게 결과적으로 뼈아팠다. 양현종은 1회 2사 후 정근우에게 볼넷과 2루 도루를 허용한 뒤 김태균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았지만 이게 유일한 실점. 2회 탈삼진 2개 포함 삼자범퇴로 막은 양현종은 3회 1사 2루에서도 실점없이 막아냈다.
이어 4회 김태균과 펠릭스 피에를 연속 삼진, 5회 김회성과 민수를 연속 삼진으로 잡고 삼자범퇴 행진을 펼쳤다. 6회에도 공 7개로 내야 땅볼 3개를 유도해 삼자범퇴한 양현종은 7회 김태균과 피에를 직구로 연속 삼진 처리한 뒤 안타 2개로 1·3루 위기에 몰렸지만 김회성을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탈삼진 본능을 과시했다. 8회에도 선두타자 김민수를 안타로 내보냈지만 후속 3타자를 모두 범타로 돌려세웠다.
8이닝 5피안타 1볼넷 10탈삼진 1실점으로 역투한 양현종은 평균자책점도 2.70에서 2.44로 낮췄다. 좌완으로서 최고 148km 직구(47개)를 중심으로 슬라이더(33개) 체인지업(12개) 커브(2개)를 섞어 더졌다. 그러나 양현종 역시 9회 마무리 하이로 어센시오가 동점타를 맞고 블론세이브를 범하는 바람에 시즌 4승을 눈앞에서 놓쳤다.
비록 양현종과 이태양 모두 승리투수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지만 승패를 떠나 근래 보기 드문 명품 선발투수전으로 야구의 또 다른 묘미를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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