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의 사자후] 헤인즈의 태극마크를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05.10 07: 55

한국프로농구 터줏대감 애런 헤인즈(33, 서울 SK 나이츠)가 과연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 수 있을까.
국가대표운영위원회 관계자는 9일 남자농구 대표팀에 합류할 귀화선수 후보 중 헤인즈가 가장 유력하다고 밝혔다. 헤인즈도 10일 OSEN과 인터뷰에서 “국가대표로 뛰고 싶다. 아직 한국으로부터 어떤 대답도 듣지 못했다”며 일단 합류를 원했다. 헤인즈가 태극마크를 단다면 오는 8월 스페인 농구월드컵과 9월 인천 아시안게임에 한국대표로 출전하게 된다. 순수 외국선수가 한국국적을 얻어 한국농구대표로 국제대회에 나가는 것은 여자농구의 앰버 해리스(24)와 함께 헤인즈가 처음이 된다. 과연 그렇게 될까. 
▲ 전력강화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

헤인즈는 한국농구가 처해진 현실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의견이 많다. 당초 국가대표팀은 해외에서 실력이 검증된 장신센터를 영입하려고 했다. 실제 현역 NBA선수와도 접촉을 시도했다. 하지만 워낙 촉박한 시간에 한국국적을 취득해 비시즌 국제대회에 내보내는 것은 제약이 많았다. NBA선수들은 프리시즌이 아시안 게임 일정과 겹쳐 출전이 불가능했다. 유럽에서 뛰는 굵직한 선수들도 소속팀과 에이전시의 강한 반대에 부딪쳤다.
결국 대표팀은 KBL출신 외국선수에게 눈을 돌렸다. 코트니 심스, 로드 벤슨, 데이본 제퍼슨, 헤인즈를 후보로 정했다. 하지만 선뜻 한국대표에 관심을 보인 선수는 없었다. 선수들은 너무 늦었다는 이유로 줄줄이 태극마크를 고사했다. 그 와중에 헤인즈가 뜻을 보였다.
2008년 한국무대에 데뷔한 헤인즈는 검증된 득점원이다. 한국 포워드들 보다 뛰어난 실력을 갖췄다. 다만 헤인즈의 가세로 대표팀의 숙원인 높이문제는 해소되지 않는다. 하지만 어차피 장신선수 영입은 좌절된 마당이다. 헤인즈라도 데려가는 것이 없는 것보다야 전력강화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 헤인즈, 과연 태극마크 자격 있나?
한국에서 오래 뛴 만큼 헤인즈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선수다. 2012-2013시즌 헤인즈는 경기 도중 상대방 코치에게 한국말로 욕설을 했다는 논란을 일으켜 벌금징계를 받았다. 2013-2014시즌 헤인즈는 김민구를 팔꿈치로 고의로 가격해 KBL로부터 2경기 출전금지, 제재금 500만 원 징계를 받았다. 사건이 커지자 헤인즈는 구단관계자들과 함께 팬들에게 공식사과를 했다. 하지만 여전히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눈초리도 있었다. 사과를 하지 않으면 헤인즈는 한국에서 직장을 잃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4강전에서 헤인즈는 양동근의 팔꿈치에 맞았다며 심판에게 계속 어필을 했다. 이어진 공격에서 헤인즈는 문태영을 밀치고 공격자파울을 받았다. 또 심판에게 박수를 치며 조롱하는 제스처도 취했다. 한국에서 오래 뛴 헤인즈는 이렇게 ‘안하무인’식의 태도를 자주 보여줬다. 이런 선수가 과연 태극마크를 달 자격이 있는지 또 국가대표 선수들과 제대로 융화될 수 있는지 우려하는 팬들이 많다. 
헤인즈가 태극마크를 달면 국가대표에 대한 의미가 크게 퇴색된다고 보는 이들도 많다. 아무리 국제대회 성적이 중요하다지만, 성적만을 위해 애국심 없는 선수가 대표로 뛰는 것은 문제가 있다. 헤인즈는 자신의 부정적 이미지를 국가대표팀을 통해 세탁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 국가대표는 한 선수의 사적이익을 위해 이용되어서는 안 되는 조직이다.
 
 
▲ 헤인즈 선택은 하승진 선발을 위한 포석?
헤인즈가 오더라도 높이의 갈증은 해소되지 않는다. 높이를 보완하지 않으면 대표팀이 이란, 중국, 필리핀의 높이와 맞서기 어려운 현실이다. 유재학 감독이 헤인즈를 염두한 것은 결국 하승진의 발탁까지 고려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하승진은 지난 8일 발표된 국가대표 15인 명단에서 탈락했다. 공익요원신분이라 대표팀 합숙훈련도 여의치 않다. 하지만 하승진은 예비명단에는 포함돼 있어 추후 합류는 가능한 상황이다.
허재 KCC 감독은 하승진의 대표팀 발탁 가능성을 낮게 봤다. 그가 2년 동안 정식경기를 전혀 치르지 않아 체력과 경기감각이 떨어졌다는 것. 하지만 221cm에 달하는 하승진의 높이는 대체불가능한 자원임이 분명하다. 아무리 수비능력이 좋은 선수라도 자신보다 10cm 이상 큰 선수를 막기는 사실상 어렵다. 하승진이 하메드 하다디(29, 218cm, 이란) 등 장신센터들을 경기당 10분 정도만 막아줘도 충분히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승진을 통해 공격리바운드와 쉬운 슛만 내주지 않아도 한국의 승산은 훨씬 높아진다.
과연 헤인즈는 태극마크를 달게 될까. 그를 귀화시킨다면 한국대표팀은 원하는 성적을 얻을 수 있을까. 또 헤인즈를 통해 금메달을 딴다면 모든 것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 쉽게 답할 수 없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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