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헌(27, 두산 베어스)은 이번 시즌 리그 최고의 호타준족으로 떠오르고 있다. 2007년 30도루를 기록했을 정도로 빠른 발은 오래 전부터 인정받았지만, 올해는 32경기를 치른 현재 5홈런으로 입단 이후 첫 두 자릿수 홈런에도 조금씩 근접해 나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허리 통증 속에서도 연일 장타를 터뜨리며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더욱 입지를 굳히고 있다. 장민석이 1군 복귀를 앞두고 있기는 하지만, 두산은 9일까지 1군 엔트리에 외야수를 단 4명만 두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자원이 풍부한 내야와 사정이 달라 민병헌은 쉬지 못하고 경기에 나섰고, 단순히 자리만 채우는 것이 아니라 활발한 타격으로 대체할 수 없는 활약상을 보였다.
타격 성적만 보면 허리 통증이 그리 심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사실 민병헌은 진통제를 써야만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상태다. 민병헌은 “경기를 하는 중에는 통증을 모르지만, 경기가 끝나면 진통제로 버틴다”고 말한다.

아픔을 참고 뛰는 보람은 성적으로 나타났다. 민병헌은 팀이 치른 32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345로 팀이 원했던 1번타자의 몫을 완벽히 해내고 있다. NC로 떠난 이종욱의 공백을 메운 것은 물론, 5홈런 포함 장타율 .560으로 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1번의 이미지를 쌓았다.
유일하게 주춤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도루다. 경찰청 입대 이전에는 빠른 발이 가장 큰 무기였던 민병헌은 4월 중순부터 도루 페이스가 저조했다. 첫 5경기에서 3개의 도루를 성공시켰지만, 이후 27경기에서는 단 1개를 추가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민병헌을 탓할 수는 없다. 허리 통증으로 인해 도루 시도 자체가 적기 때문이다. 4월 4일부터 현재까지 민병헌이 도루를 시도한 것은 단 2차례가 전부였다. 더 큰 부상의 위험이 있어 자제하고 있는 것일 뿐, 도루를 할 수 있는 원천기술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또한 민병헌은 최근 도루가 줄어든 것에 대해 “도루 상황 자체가 잘 생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장타가 많았으니 일리가 있는 말이다. 2루타를 쳐도 도루 기회는 많지 않고, 홈런을 때리면 다음 타석이 돌아오기 전까지 도루 기회는 있을 수가 없다.
잦은 출루에도 도루가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 대한 민병헌 자신의 설명은 이번 시즌 그가 얼마나 위력적인 1번이었는지 간접적으로 말해준다. 도루가 줄어든 1번타자는 다른 의미로 상대에게 더욱 위협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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