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선수민 인턴기자] 삼성 라이온즈 타선이 올 시즌 리그 최강의 투수로 군림하던 유희관(28, 두산)을 무너트렸다.
삼성은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두산과의 경기에서 배영수의 호투와 홈런 4방을 앞세운 타선의 힘으로 12-2 대승을 거두고 6연승을 달렸다. 무엇보다 이날 두산의 선발 투수는 이전까지 1.91의 평균자책점으로 이 부문 1위를 마크 중이던 유희관이었다.
삼성은 유희관에게 유독 약했다. 유희관은 지난해 삼성을 상대로 2승 1패 1.91의 평균자책점(28⅓이닝 6실점)을 기록했다. 모든 팀들 중에서 삼성에 가장 강한 모습을 보였다. 올 시즌에도 삼성전 첫 경기 등판에서 8⅔이닝 3안타(1홈런) 2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완벽히 틀어막았다. 삼성은 나바로가 친 솔로 홈런 외에는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유희관만을 상대로 11안타를 몰아치는 괴력을 발휘했다. 국내에서 가장 넓은 구장인 잠실구장에서 무려 4개의 홈런을 뽑아냈다. 2회 선두타자로 나선 박석민의 솔로포를 시작으로 3회 선두타자 나바로도 솔로포를 때려냈다. 이후 5회엔 박석민이 다시 투런포를 때렸고, 7회초엔 최형우가 경기에 쐐기를 박는 투런포를 작렬시켜 유희관을 무너트렸다. 유희관은 올 시즌 1경기에서 2개 이상의 홈런을 맞은 적이 없었다. 통산 기록에서도 1경기에서 멀티 홈런을 허용한 적은 딱 한 번 있었다.
특히 박석민은 지난해부터 이날 경기 전까지 유희관을 상대로 2할1푼4리의 타율로 고전했다. 그러나 이날은 결정적인 홈런 2개로 ‘유희관 킬러’가 된 모습이었다. 박석민은 경기 후 “첫 타석부터 체인지업을 노리고 들어갔다. 체인지업을 치기위해 평소보다 투수 쪽으로 30cm 정도 앞에 섰다”고 말했다. 즉 평소 유희관의 공에 타이밍이 맞지 않아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작정하고 타석에 들어선 것이다. 이어 2번째 타석에서는 역으로 직구를 노리고 들어가 투런포를 뽑아내며 ‘천적’ 이미지를 지워냈다. 유희관을 제대로 분석한 것이다.
타자뿐만 아니라 이날 선발투수 배영수도 미리 연구를 한 상태로 마운드에 올랐다. 배영수는 최근 등판이었던 3일 NC전에서 4이닝 6실점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스스로도 “이전 등판에서는 진짜 좋지 않았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6⅓이닝 8피안타 1볼넷 3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를 펼치고 승리투수가 됐다.
배영수는 경기 후 “전력분석이 많이 도움이 됐다. 완급조절에 변화를 줬던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또한, “구장이 크다보니 높게 던져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투구했다”고 말했는데, 실제 이날은 맞춰 잡는 투구로 두산 타선을 잘 막아냈다. 잘 맞은 타구들이 여럿 나오긴 했지만, 멀리 뻗은 타구들은 모두 외야수들의 글러브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류중일 삼성 감독도 경기 후 “우리 선수들이 유희관을 상대로 연구를 많이 한 것 같다. 프로선수라면 같은 상대에게 만날 때마다 당하면 안 되는 법”이라며 타자들을 칭찬했다. 결국 좀처럼 무너지지 않던 리그 정상급 에이스를 공략하고, 상대 타선을 꽁꽁 묶을 수 있었던 것은 상대에 대한 연구와 철저한 준비였다. ‘천적’마저 잡아낸 ‘잘 되는 집안’ 삼성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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