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이 형사 이야기에 빠졌다.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갑동이'와 '꽃할배 수사대'부터 SBS 수목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까지 형사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리는 다양한 작품들이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앞서서는 SBS 드라마 '신의 선물 - 14일'과 '쓰리데이즈' 등 장르물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올 상반기 지상파와 케이블 드라마 라인업에 유독 수사물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
방송가는 왜 형사들의 이야기와 사랑에 빠지게 됐을까.

사실 형사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작품인 만큼 수사물은 치밀한 구성으로 긴장감 넘치는 전개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수사물에 대한 시청자의 충성도와 몰입도가 높은 만큼 인기를 유지하려면 설득력 있는 전개와 흥미로운 반전, 긴장감을 높이는 스토리가 필요한 것이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세 작품들은 형사들과 미스터리한 사건을 중심으로 각기 다른 장르를 더해 재미를 주고 있다. 성장과 추리, 멜로를 더한 복합장르부터 스릴 넘치는 정통 수사극, 그리고 다소 황당한 설정을 유쾌하게 풀어낸 코믹 수사극까지 형사 이야기라는 출발점은 같지만 소재를 좀 더 풍성하게 활용하고 있다.
'갑동이'(극본 권음미, 연출 조수원)는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일탄연쇄살인사건을 다루는 수사물. 20년 전 가상의 도시 일탄에서 발생했던 이른바 갑동이 사건을 중심으로 갑동이에 대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형사들과 사이코패스 류태오(이준 분)의 신경전을 치밀하게 그려내며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20년 전 범인 갑동이의 정체는 감춰두고, 현재 일어나고 있는 모방범죄의 범인 류태오의 정체는 일찌감치 공개하면서 시청자와 함께 추리해가는 재미를 더했다.
첫 방송부터 두자리 시청률을 기록한 '너희들은 포위됐다'(극본 이정선, 연출 유인식)는 서울 강남경찰서를 배경으로 한 청춘 성장 로맨스 수사물. 네 명의 1년차 신입 형사들과 이들을 도맡게 된 최고의 수사관인 강력반 팀장의 성장드라마를 다루고 있다. 형사들의 사연이 중심이 된 수사물에 성장 이야기와 멜로를 더해 무거운 분위기를 좀 더 말랑하게 만들었다.
지난 9일 오후 첫 방송된 '꽃할배 수사대'는 하루아침에 70대 노인으로 변한 젊은 형사들과 20대 엘리트 형사가 원래의 몸을 되찾고 회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은 회춘 누아르. 수사 중 생체실험 중인 약물에 빠져 20대에서 갑자기 70대가 된 형사들의 이야기라는 만화적인 상상력에서 출발하는 만큼 수사물에 코믹 요소가 더해져 '갑동이', '너희들은 포위됐다'와는 또 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꽃할배 수사대'의 기획을 맡은 구기원 PD는 "과거부터 수사물들이 평균 이상의 인기를 끌면서 방송가에서는 매력적인 아이템일 수밖에 없다. 수사물 특성상 드라마의 전체적인 스토리에 여러 에피소드가 추가될 수도 있고, 시청자도 함께 추리하면서 긴장감을 느끼고 보는 재미가 있어서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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